[이병준의 라이프 스토리] 결혼이라는 바다엔 수영을 배운 후 뛰어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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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박사/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결혼을 앞둔 청춘들은 어떤 마음일까? 얼마나 많은 세월을 때론 기대와 희망으로, 때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가득했을까?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의 탑을 쌓았을까? 그래도 청년으로 자라 결혼을 결심했다는 건 큰 용기이다. 최근 결혼연령이 자꾸만 늦어지고 미혼未婚이 아니라 비혼非婚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은 청년들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미래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나 한 사람은 물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결혼이라는 큰 모험을 선택했다는 용기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또 지금 당장은 결혼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할지라도 결혼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러니 결혼의 조건 같은 거에 대해서 청년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확, 결혼이나 해버릴까?”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건 조금만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더 늦기 전에…”를 염려하는 것도 조금만 더 신중히 생각하자. “내 인생 최고의 성공은 결혼이야!”를 외치는 사람은 다시 한 번 결혼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난 다음에 결혼하자. 결혼식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혼 준비이다. 결혼식이야 유능한 웨딩 플래너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세상이지만 결혼 준비만큼은 본인이 해야 해. 그 준비 여부에 따라 결혼 후 평생의 행복이 좌우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결혼의 대상은 사람이다. 한 번 선택하고 나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평생 지는 엄청난 도박이자 모험이다. 러시아 속담엔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라. 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라.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즉, 결혼이란 그만큼 어려운 선택이란 것이다. 결혼은 원하기만 하면 즉석에서 배불리 먹는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오랜 숙성기간을 필요로 하는 슬로푸드다. 대신 그만큼 건강에 좋은 음식인 것처럼 결혼도 나이가 들수록 넓어지고 깊어진다.

상담자로서 숱한 부부들을 만나며 참 안타까웠던 것은 준비 없는 결혼을 한 사람들이었다. 결혼을 무슨 장난처럼 하는 사람도 많았고,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책임도 이행하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사람도 있었고, 결혼 후 겪게 되는 불합리를 그저 운명이나 팔자로 여기며 노예처럼 살거나, 부부간의 행복은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사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면 자신을 완전히 상실하고 주어진 역할만 하며 살되 행복이란 단어를 자기 사전에서 삭제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결혼이 행복했을까? 그렇게 사는 사람의 배우자는 또 어떨까? 그 사람은 무슨 잘못이 있나? 이런 사람들은 마치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바다로 뛰어든 것과 같다. 준비 없는 결혼은 자신과 배우자, 나중에 자식들까지 힘들게 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허상에 사로잡혀 자신을 던져버리듯 결혼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결혼은 액션이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막연히 앉아서 행복하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결혼은 그 자체로 불행이다.

그러면 잘못된 결혼 말고 잘된 결혼, 이상적인 결혼은 없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2011년 4월 29일 영국의 황태자 윌리엄의 결혼식 장면이 생중계 되었을 때 자그마치 전 세계 20억의 사람들이 지켜보았다고 하더라. 그 결혼식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자리에 자신을 대입시켜보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들의 결혼이 이상적인 결혼일까? 그 화려한 결혼식(wedding)이 결혼의 행복을 보장해줄까?

결혼에 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부지다. ‘결혼= 행복’이라는 신혼의 단꿈을 꾸거나 결혼을 매개로 신분상승을 노리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자들이나 평강공주를 만난 온달을 꿈꾸는 남자들 다 똑같다. 행복해 보이는 남들의 모습은 대중문화가 그려내고 있는 판타지에 불과하다. 우리도 모르게 대중문화에 세뇌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은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잘못된 결혼을 했다고 해서 다 불행한 것도 아니고 앞의 조건들을 다 피해 서로 사랑의 바탕 위에 세워졌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결혼의 목적부터 제대로 아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결혼의 동기와 목적을 살펴보아야 비로소 나와 배우자의 관계를 좀 더 깊게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합리화를 위한 것도 아니고 그런 결혼을 했으니 이제라도 바로잡기 위해 관계를 깨거나 이혼을 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행복은 두 사람이 만들어야 할 삶의 예술이기 때문에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노력도 않고 행복을 얻겠다는 발상을 하는 인간은 뒤통수를 후려쳐야 하겠지만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결혼은 해볼 만한 모험이요, 세월이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묘한 세계다. 결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만 한다면 말이지.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모든 모험은 불안을 낳는다. 그러나 모험하지 않는 것은 자기 자신을 통째로 잃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결혼 자체가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혼이 주는 행복의 비밀만 알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병준 박사

백석대학교 상담학 박사
현) 참 행복교육원 원장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 “부부 사용설명서” 인기 강사
한국경제신문 FUN 아카데미 전임교수
[ 저서 ] 니들이 결혼을 알어?(스타리치북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