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배우 박신혜, 이정현, 한지민은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여배우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모두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박신혜, 이정현, 한지민은 각각 영화 ‘형’ ‘스플릿’ ‘밀정’에서 유일한 여배우로 출연했다. 작품은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고, 주연인 남성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박신혜, 이정현, 한지민이 맡은 여성 캐릭터만큼은 아쉽다. ‘형’ ‘스플릿’ ‘밀정’은 각자 장르도 시대도 배우의 매력도 확실히 다른 작품들이지만, 여성 캐릭터를 소모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물론 ‘형’은 조정석-도경수의 투톱물, ‘스플릿’은 유지태-이다윗의 투톱물, ‘밀정’은 송강호-공유 투톱물이다. 때문에 남성 투톱물에 출연한 조연으로서 이들의 역할은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력자 역할이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연이라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해적’의 유해진, ‘부산행’ 마동석은 얼마나 매력적이었나. 멀리 갈 것도 없이,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밀정’의 엄태구 역시 대중들에게 많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배우가 아니었지만,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큰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해냈다.
유해진, 마동석, 엄태구에 비해 이 여배우들의 연기력이 미숙해서였을까. 박신혜는 2003년 본격적으로 아역배우로서 연기에 입문했으며, 한지민은 역시 같은 해에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했다. 이정현은 1996년 영화 ‘꽃잎’에서 주연으로 데뷔했다. 이정현은 지난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연기 경력이 연기력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기존에도 연기 잘하기로 알려진 배우들이며, 이 작품에서도 훌륭히 연기를 해낸 것만큼은 사실이다.
연기력부터 인지도까지 탄탄하고, TV 드라마에서 확실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배우들이지만, 어째서 영화들은 이들의 매력을 잘 살려내지 못했을까.
이들이 맡은 영화 속 캐릭터는 남성들의 시선으로 본 여자였다. 박신혜는 예쁘고 실력있는 코치로서, 사기꾼 형과 시력을 잃은 동생 사이에서 같이 화도 내주고 용기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뿐, 그의 행동이 두 사람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거나 캐릭터로서 매력을 지니지 못했다. 이정현이 ‘스플릿’에서 맡은 역할은 그나마 캐릭터라 부를 만하다. 그는 도박볼링판을 만들어 도박볼러 철종과 자폐 성향의 천재 볼러 영훈과 함께 다니면서 가족이 되어준다. ‘형’의 수현 역할과 비슷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철종에게 지켜야 할 대상이자 추억으로서 의미 있는 존재이기에 ‘형’보다는 낫다.
‘밀정’ 한지민은 여성 독립군 역할로 설정 자체는 멋졌다. 많지는 않지만 우진(공유 분)과 감정을 나누면서 극에 디테일한 감수성을 부여했고 총을 쏘는 장면에서는 걸크러쉬를 선보였다. 특히 순사(엄태구 분)를 마주하고 벌벌 떠는 연기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훌륭한 연기였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가리기 위해 가슴을 드러낸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순사에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출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이런 모습은 남자배우들을 보조하면서 소모되는 역할로 볼 수밖에 없다. 조연이라면 적어도 양념 역할은 되어야 하는데, 데코레이션 역할 정도다. 가장 아쉬운 이유는 이 배우들이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들이라는 것이다. 영화에 남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상황에서 여배우 캐릭터는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설령 조연이라 할지라도 여배우들이 제 몫을 할 수 있는 배역이 필요하다.
반면에 최근 신인여배우들은 이에 비해 좋은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다. ‘가려진 시간’ 신은수는 주연이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조연인 신인배우 ‘판도라’ 김주현은 갈등의 한 축을 맡을 정도로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맡았으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채서진 역시 극의 중심이 되어 활약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