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도깨비’] 기획력이 만들어 낸 ‘귀신과 도깨비의 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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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도깨비’가 시청자들을 제대로 홀렸다. ‘안투라지’로 흠이 가버린 tvN 금토드라마의 품격을 제대로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김신(공유 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이동욱 분),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소녀 이은탁(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일 방송된 ‘도깨비’ 첫 회는 6.3%(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tvN 금토드라마 1회 시청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응답하라 1988’보다 0.2% 포인트나 높다. ‘도깨비’ 2회 시청률은 7.9%로 이 상승폭 역시 ‘응답하라 1988’보다 가파르다. ‘도깨비’는 tvN 금토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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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베일을 벗기 전, 몇몇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판타지 소재만 곁들인 진부한 멜로물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깨비’는 다른 판타지 드라마들과 궤를 달리한다. 참신한 재료들을 이토록 재밌게 버무릴 줄 아는 드라마는 이전까지 없었다.

드라마 특성상 첫 회에 많은 공을 들이기 마련이다. ‘도깨비’는 첫 회에 현대극과 사극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과하게 힘을 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 화려함은 드라마의 핵심 인물인 ‘도깨비’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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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의 특별한 능력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과거 인연을 쌓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향한 캐나다에서는 이국적인 풍경을, 저승사자와의 기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날아다니는 식기를 마주하게 된다. 철없는 도깨비 가신 유덕화(육성재 분)에게 행해지는 귀여운 응징은 예상치 못했던 웃음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은탁과 도깨비가 함께하는 매 순간은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한다. 이은탁이 소원을 빌면 도깨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환된다. 어느 장소에서 도깨비가 모습을 드러내는지는 불분명하다. 도깨비는 항상 프레임 밖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그가 어디서 나타날지를 추측하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그가 어떤 표정으로 이은탁을 맞이하는지 역시 관심요소다. “사랑한다”고 구애하는 열아홉 소녀는, 935세 도깨비에겐 설렘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주는 존재이다.

도깨비와 이은탁, 저승사자는 삼각관계이긴 하지만 맹목적인 사랑에 빠져 갈등에 휘말리진 않는다. 저승사자는 죽었어야 할 이은탁을 저승으로 이끌려는 것뿐이고, 도깨비는 이은탁이 자신을 영면으로 이끌어줄 도깨비 신부일 수 있다는 기대와 측은지심으로 흑기사를 자처한다. 2회의 엔딩 위기에 빠진 이은탁을 구하기 위해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앞으로 이 특이한 삼각관계가 색다른 체험을 선사해줄 것이라는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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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에는 몇몇 답답하고 진부한 부분도 존재한다. 이은탁이 가족들과 함께하는 장면은 현대판 ‘신데렐라’와 같다. 이은탁은 가족들 사이에서 멸시 당하고 그때마다 도깨비에게 의지한다. 가족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설정됐기에, 신적인 존재인 도깨비나 저승사자에게 의지한다. 가족이 등장할 때마다 몇몇 시청자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그들의 악행 때문이 아니라, 좋은 소재를 가진 드라마에 자리 잡은 이 클리셰가 더욱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이 불편한 순간을 참으며 ‘도깨비’에 채널을 고정할 것이다. ‘미생’은 직장인을, ‘시그널’은 미제 사건에 화낼 줄 아는 국민을, ‘응답하라’는 아련한 추억에 빠지고 싶던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도깨비’는 마치 모든 드라마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과 같다. 중국에 판매하는데 방해가 될 도깨비와 귀신, 저승사자가 한데 어우러진 이 드라마의 열풍은 이제 막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