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126분간 꿈을 꾼 듯 몽롱하다. 눈앞을 비추는 스크린에서는 싱그러운 LA의 사계절이 이어지고 황홀한 재즈와 목소리는 귓속을 가득 채운다. 암전 속 라라랜드의 세상이 끝이 나고 불이 켜지는 순간, 그 여운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 재즈를 사랑하는 남자, 연기를 사랑하는 여자, 이 두 남녀가 꿈으로 향하는 그 길을 보고 있자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위플래쉬’ 감독인 다미엔 차젤레가 이번에도 음악으로 저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조금 다르다. 음악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 영화’다. 배우들은 대사가 아닌 가사로 감정을 노래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언제나 오디션에 지원하지만 낙방뿐인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스톤 분)와 정통 재즈만을 고집하며 ‘불통’ 취급 받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의 첫 만남은 악연이었다. 하지만 각자에게 지닌 열정에 매료되어 그들은 예상대로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뮤즈가 되어주며 함께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그 서사가 뻔하거나 지겹지 않다.
보통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는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음악, 사랑, 청춘 이 삼박자를 제대로 갖춰 입맛대로 섭취할 수 있다. 더불어 눈과 귀가 나태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원색적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연출은 눈에 담기 바쁘고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스톤이 펼치는 뮤지컬은 관객들을 황홀경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오프닝 뮤지컬 시퀀스는 압도적이다. 그 순간만큼은 영화관이 아닌 공연장에 앉아 서곡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극의 분위기는 마법 그 자체다.
‘라라랜드’가 빛날 수 있는 건 색채 가득한 꼼꼼한 미장센 덕도 있지만, 방점을 찍는 건 두 주연 배우다. ‘노트북’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매력을 이미 간파한 관객이라면 ‘라라랜드’에서는 그의 매력에서 빠져나갈 출구가 없다. 고전미 갖춘 세련된 의상과 피아노 위를 유려하게 날아다니는 손놀림은 매혹적이다. 전통 재즈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으며 연주하는 라이언 고슬링을 보고 있자면 그 예찬에 격렬히 동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두 캐릭터의 몸짓은 연극에 더 가까운데, 함께 추는 탭댄스와 왈츠는 관객이 마치 그 리듬의 한 요소가 되어 함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위플래쉬’의 호랑이 선생 J.K.시몬스의 깜짝 등장과 세계적인 팝가수 존 레전드의 출연도 재미를 더한다.
미아의 감정 서사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오디션(Audition)’과 미아와 세바스찬의 듀엣 ‘시티 오브 스타스(City of stars)’는 영화관 밖을 나와서도 흥얼거리게 된다. 실제로 두 장면은 현장에서 라이브로 촬영 되어 실재감과 세밀함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어쩌면 판타지스럽게 느껴지는 이 영화가 마음을 울리고 두 캐릭터에 이입을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삶이 곧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모든 청춘이 갖는 고민, 현실과 꿈의 괴리, 그럼에도 놓고 싶지 않은 꿈. 잔잔하고 아프기까지 한 전작 ‘위플래쉬’와는 다르게 ‘라라랜드’는 이 과정을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게 풀어낸다. 미아와 세바스찬을 함께 응원하고 따뜻한 음악으로 위로 받는다.
‘라라랜드’는 계속해서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제41회 토론토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뉴욕비평가협회에서는 작품상을, 제73회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동화적인 결말마저 관객의 상상대로 고를 수 있는 이 친절한 ‘라라랜드’는 세계 최초로 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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