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앨범의 역사 | 이소라] 이유 있는 ‘지각’, 가치 있는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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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한 가지 감정에 이토록 치열하게 매달리는 뮤지션이 또 있을까. 가수 이소라를 대표하는 단어는 슬픔과 우울함, 공허함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비슷한 단어를 마음에 품고 이소라의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젊은이들에게 이소라는 단순히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바람이 분다’를 불렀던 사람 즈음으로 기억될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이 분다’를 듣고 마음을 빼앗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음악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이소라이기에, 그의 모든 앨범에는 ‘바람이 분다’에서 느꼈던 쓸쓸함이 담겨있다.

이소라는 아카펠라 재즈 그룹 낯선 사람들로 데뷔해 특유의 음색으로 사랑받았다. 이후 김현철과 함께한 듀엣곡 ‘그대안의 블루’가 종전의 히트를 거두며 떠오르는 신예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1995년 9월, 그의 1집 앨범이 세상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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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은 ‘그대안의 블루’를 통해 이소라의 잠재력을 봤고, 1집 앨범 ‘VOL. 1’을 제작했다. 90만장이라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 앨범의 곳곳에는 유명한 뮤지션의 이름이 적혀있다. 조규찬, 장필순, 김광진이라는 이름을 통해 이소라의 1집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소라는 단순히 유명 뮤지션들로부터 만들어진 가수가 아니다. ‘고백’ ‘더위’ ‘그냥 이렇게’ ‘처음 느낌 그대로’ ‘권태’ 등 다섯 트랙의 작사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음악적 성향을 담아냈다. 타이틀곡 ‘난 행복해’보다 ‘처음 느낌 그대로’가 지금까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첫 번째 앨범부터 이소라는 준비된 뮤지션임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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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영화에서처럼’ 역시 데뷔음반처럼 60만장이 팔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소라는 아홉개의 트랙 가운데 ‘너무 다른 널 보면서’를 제외한 모든 노래를 작사했고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리고 그를 대표하는 노래인 ‘청혼’이 이 앨범에 수록되어있다.

이 노래를 통해 이소라는 ‘이소라의 프로포즈’라는 음악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활약하게 됐다. 댄스 음악이 가요계를 점령했던 당시 이소라는, 실력있는 가수들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뮤지션으로서의 대중에게 비쳐질 자신의 이미지까지 확고히 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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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은 이소라의 기존 이미지에서 시작해 파격적으로 끝나는 앨범이다. 1번 트랙의 타이틀곡 ‘믿음’에서는 자신을 떠나려는 연인에 대한 믿음을 노래하며 감정을 추스르지만 여섯 번째 트랙 ‘커스’부터는 분노를 폭발시킨다.

“사랑할 때마다 일할 때마다 저 파멸로 향한 길이 네 앞을 밝히기를”이라는 독설은 강력한 록사운드와 함께 펼쳐지고 열 번째 트랙 ‘프레이즈(Praise)’에서는 저주의 말을 뱉는다. 파격적인 변신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소라의 록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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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부진한 성적의 3집 앨범 이후 이소라는 김현철과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이전과 비슷한 분위기인 ‘제발’이라는 곡만으로 4집을 평작으로 치부할 순 없다. 보사노바 풍의 ‘Rendez-Vous’, 권태를 새롭게 표현한 ‘잇츠 고너 비 롤링(It's Gonna Be Rolling)’,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대미를 장식하는 ‘아멘(Amen)’ 등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트랙도 가득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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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다시 얻은 이소라는 다시 한 번 실험에 나서기 시작했다. 5집의 앨범 명은 ‘다이어리’, 타이틀곡 ‘안녕’은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작곡했다. 절절하게 울리는 노랫말은 전보다 한층 깊어진 감동을 준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은 노래가 몰려있는 앨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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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은 이승환, 이병준 작곡의 ‘이제 그만’이지만 우리에겐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소개된 ‘바람이 분다’로 더 익숙한 여섯번째 정규 앨범. 대중적인 것 같지만 ‘포츈 텔러(Fortune Teller)’ ‘세이렌’ ‘듄’과 같은 실험적인 트렉들도 눈에 띈다.

쟁쟁한 작곡가들과 이소라의 감성이 만났기 때문에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93위, 음악웹진 100비트에 의해 선정된 ‘2000년대 100대 명반’에서 6위를 차지하는 등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칭찬이 자자했다. 별다른 방송활동이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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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은 앨범과 노래의 제목이 없는 독특한 앨범이다. 여기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직접 제목을 붙여보라는 뜻이 담겨있다. 대신 앨범의 재킷에는 각 트랙이 상징하고 있는 그림이 자리잡았다. 노래의 이미지화라는 색다른 재미가 숨어있는 셈이다.

타이틀곡 ‘트랙 8(Track 8)’은 이한철이 작곡했으며 이소라가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엘리언 스미스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에 대해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핼쑥한 모습으로 삭발을 한 채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비주얼만 다소 변했을 뿐 이소라는 이소라였다. 여전히 실험적이고 중성적이었으며 특별한 음색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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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 이후의 시간은 이소라의 팬들에게는 오랜 기다림이었다. 2011년 새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지만 이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2014년이 되어서야 윤곽이 드러났다.

이소라는 수록곡 ‘난 별’의 악보를 선공개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소속사는 “미리 악보를 읽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다양한 해석을 제시할 수 있다. 이소라만의 열린 음악적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소라는 또 다른 수록곡 ‘나 포커스’의 악보를 꺼내들었다.

팬들이 악보와의 밀당을 지쳐갈 때 즈음, 2014년 4월 신보가 발매됐다. 악보를 보며 이소라표 팝 발라드를 생각했던 팬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모든 노래가 얼터너티브 록 계열이었기 때문이다. 호불호는 갈렸지만 그가 써내려간 가사는 여전히 멋스러웠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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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앨범의 제목은 ‘그녀풍의’다. 선공개 곡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로 김동률이 작사·작곡·편곡을 맡았다. 늦으면 11월에 발매한다고 했던 풀 앨범은 예전과 같이 미뤄지며 결국 12월을 넘어섰다. 긴 시간동안 이소라를 지켜봐왔던 팬들은 그의 지각에 쓴 소리를 뱉지 않는다. 예전의 명곡들을 다시 한 번 들어보며 즐거운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