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것 같던 젝스키스가 어느 순간 우리 앞에 서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젝스키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재결합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켜졌다.
지금껏 1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은 지오디(god)를 제외하곤 수년 째 화두에 오르내리기만 하고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젝스키스는 달랐다. 실질적으로 움직였고 다시 뭉쳤다. 이후 젝스키스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계약을 체결하고 신곡 ‘세 단어’를 발매했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지난 히트곡을 편곡한 리메이크 앨범 ‘2016 리-앨범(Re-AlBUM)’을 발매했다. ‘커플’ ‘학원별곡’부터 시작해 ‘컴백’ ‘예감’ ‘로드 파이터(Road Fighter)’ 등 총 10곡이 2016년 버전으로 탄생했다.
“YG에 들어오고 그 스타일에 맞춘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의외로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다시 사랑 받고 싶어서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기보다 예전 팬들과 요즘 팬들이 접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앨범을 내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옛날 감수성을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은지원)
예전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곡을 기대하던 팬들에게는 조금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옛날 추억과 감성으로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모든 결과물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앨범을 내야 한다는) 명확한 답은 없는 것 같고, 이 앨범은 팬들을 위한 선물이에요. 분명한 것은 신곡도 준비되어 있다는 거예요.”(강성훈)
“신곡을 계속 내다가 (나중에서야) 리메이크 앨범을 내면 더 이상할 것 같아요. 시기적으로 지금이 나은 것 같아요.”(장수원)
“리메이크 앨범이 오히려 조심스러운 시도에요. 원곡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젝스키스는 예전 노래를 안 할 수 없는 그룹이고, 콘서트를 주력으로 하고 싶기 때문에 퍼포먼스적인 부분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은지원)
이번 앨범은 새로움과 추억이 공존하는 결과물이다. 예전 노래를 다시 부르되 새로운 느낌을 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녹음을 하며 반갑고 익숙한 노래에 옛 느낌을 살리면서도, 세월이 스쳐간 성숙함과 YG만의 세련미를 더해 또 하나의 명곡들을 탄생시켰다.
“녹음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어요. 과거에는 녹음실 가는 게 지옥길 같았어요. 전날 잠 못자서 눈도 충혈되고 장도 꼬이고. 요즘에는 녹음실 가는 게 즐거워요. 또 예전 같았으면 디렉터 분들이 어떻게 하라고 다 지시해주셨는데,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또 타블로가 립서비스가 좋아서...(웃음)”(강성훈)
“재진이를 보기 힘들었죠. 자기 녹음 마치면 가기로 유명해요.”(은지원) “예전에 했던 노래라 그런지 녹음하는데 시간도 별로 안 걸렸어요. 예전에는 멤버들이 모여서 녹음하고 차례를 기다렸는데, 요즘에는 자기 파트 끝나면 다 가요. 하하”(이재진)
“다른 멤버들 기다리면서 지치고 목이 잠기기 때문에, 빨리 하고 가는 등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강성훈)
젝스키스 멤버들은 녹음을 하며 양현석 대표의 편안함과 몰랐던 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양현석은 젝스키스와 같은 세월을 지내온 선배이기에 비슷한 감성을 공유한 사람이다. 은지원의 말에 따르면 그는 사장님이기 전에 형 같은 존재다.
그러면서도 양현석은 앨범 작업에 있어서는 디테일한 것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완벽주의자인데, 멤버들은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것까지 챙기시는 줄 몰랐다. 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지 알겠다. 칭찬도 잘 안 해주시는데 해주시는 말들이 다 힘이 된다”고 양현석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YG는 개성이 강한 엔터테인먼트인 만큼, 앞으로 젝스키스가 그려갈 모습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게다가 젝스키스는 90년대 대선배이기도 하면서 요즘 가요계는 낯섦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에는 후배들과 함께 멜론뮤직어워드 무대에 올랐다.
“우리는 음원 세대가 아닌데, 음원사이트 시상식에 간 게 새로워요.”(은지원) “선배이면서 신인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어색한 면이 있어요.”(강성훈) “그런데 다들 어색한 티를 안내려고 했어요. 하하.”(김재덕)
달라진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십 수 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가요계의 흐름과 분위기 또한 몰라보게 바뀌었다. ‘아이돌은 베일에 싸여있어야 한다’는 시대적 특성상 어느 정도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젝스키스는 이제 대중 앞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요즘 시대에는 SNS도 활발하고 해서 신비주의가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어디를 가도 다들 사진 찍어서 올리시잖아요. 솔직히 사생활 면에서는 불편한 게 없잖아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런데 활동 면에서는 더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해외 팬들도 없는 줄 알았는데 SNS 덕분에 생긴 것 같더라고요.”(강성훈)
게다가 젝스키스는 여전히 우월한 비주얼과 넘치는 끼로 꾸준히 새로운 팬을 영입 중이다. 팬덤의 역사도 변화를 겪었기에 젝스키스가 보고 느끼는 팬들의 행동, 말, 표현 하나하나가 생경할 듯하다. 팬들의 차이를 느끼냐고 묻자, 멤버들은 추억을 회상하며 너도나도 신나서 답했다.
“새로 생긴 팬들을 보면 신기해요. 오히려 ‘왜 우리를 좋아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응원도구가 바뀌었잖아요. 풍선이 없어져서 야광봉으로 하는데 막 불도 들어오고.”(강성훈) “우비도 이제 잘 안 입더라고요.”(은지원)
“팬들을 만나면 악수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이제는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문화가 형성돼있는 것 같아요.”(김재덕) “예전에는 기획사 앞에 가면 저희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팬들이 아시는 것 같아요. SNS나 사이트 같은 걸로 끊임없이 소통을 하려고 하시는 듯해요.”(이재진)
“요즘에는 환호성이 덜해요. 왜 그러나 했더니 다들 사진을 찍느라 그렇더라고요. 그런 걸 보며 달라지긴 했구나 느껴요. 대포 카메라 때문에 표정 관리하기가 힘들어요. (웃음)”(강성훈)
젝스키스의 재결합은 단발성 이슈를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비록 고지용이 함께할 수 없지만 다섯 명은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하며 활발하게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개인 활동도 펼칠 수 있지만 당분간은 단체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언제까지 젝스키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냐는 질문에 강성훈은 “우리는 늘 ‘-ing'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고, 은지원은 “누구 하나 장기에 문제 있는 게 아니면...”이라며 진심 섞인 농담을 던졌다.
“재결합 하는 팀들을 보면 과거 활동할 당시 아쉬웠던 점들에 의한 것 같아요. 이제 아이돌 콘셉트도 다양해지면서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겪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예전에는 아이돌이 반짝 스타의 이미지였다면, 요즘에는 (과거보다) 장수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노하우와 접목하며 활동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은지원)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