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가요] ‘20 주기’ 김광석이 음향기술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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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이제는 만나볼 수 없는 가수를 위한 추모 앨범은 예상치 못함 감동을 준다. 그리고 그 앨범의 완성도가 높을 때 그 감동은 배가된다. 세상을 떠난지 20년이 된 김광석,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조금은 더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7일 오후 발매되는 故 김광석 20주기 추모앨범 ‘김광석, 다시’는 다른 추모 앨범과 다른 기획력이 돋보인다. 이번 앨범은 고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리메이크 앨범이다. 원곡 속 김광석의 목소리는 그대로 사용하되 편곡만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새로운 개념의 리메이크 추모 앨범인 셈이다.

지난 1일 선 공개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정인과 김광석의 듀엣곡으로 재탄생됐다. 이 노래는 김광석의 솔로 3집 수록곡으로 그의 수많은 히트곡들 중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 곡이다. MBC ‘일밤-복면가왕’, KBS2 ‘불후의 명곡’ 등 각종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불리고 있으며, 그룹 10센치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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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완성되어 있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듀엣곡으로 만들기 위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남녀 보컬간의 음역차이였다. 김광석의 보컬트랙을 최대한 원본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이번 앨범의 목표였다. 때문에 편곡자와 가창자인 정인 모두 자연스러운 전조와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듀엣의 파트를 바꿔가며 수차례 반복해 부르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완성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분명 원곡과 다른 느낌을 준다. 피아노 전주 후 이어지는 정인의 선창은 원곡과는 다르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정인 특유의 기교 섞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최대한 힘을 뺀 그의 음색은 “이렇게 홀로누워”라고 뱉는 김광석의 그리운 목소리와 한데 어우러진다.

‘김광석, 다시’ 10개 트랙 가운데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만 이런 장점을 가지지 않는다. 타이틀곡은 ‘너에게’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와 같은 방식으로, 김광석과 로이킴의 목소리가 조화를 예정이다. 다른 여덟 트랙은 듀엣 형식은 아니지만 새로운 세션들이 참여,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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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K텔레콤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김광석은 마치 아직도 우리 곁에 있는 듯하다. 지난해에는 ‘연결의 힘’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미완성곡 가사를 잇는 캠페인을 펼쳤다. 3주 만에 13743건의 응모가 접수됐으며 수많은 후배들의 참여로 ‘그런걸까’라는 노래가 완성됐다. 또 다른 명곡들은 꾸준히 리마스터링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추모 앨범은 때때로 “고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한다. 앨범의 완성도가 나쁠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김광석, 다시’는 이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 음향기술의 발달이 주는 즐거움은 EDM의 부흥기, 오토튠으로 만져진 가수의 특이한 음색뿐만이 아니다. 김광석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조금씩 힘이 실릴 예정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