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원래 이런 말투까진 아니었는데, 아직 루이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말하고 나면 민망해요. 귀여움을 받는 캐릭터였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예뻐해 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여주인공인 복실(남지현 분)을 포함해 가족들, 친구들, 회사사람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까지 예쁨 받았던 루이는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어리광 섞인 말투가 인상적인 캐릭터다. 종영 2주 후에 만난 서인국은 루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기억을 잃은 루이는 남자로서 멋지기보다 아기나 애완동물처럼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인물이었다. 서인국은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었던 루이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루이의 솔직한 매력을 선보였다.
“사람을 대할 때 과장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을 드러내려고 했어요. 그리고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황금자 여사님이 방청소를 해주시는 신이 있는데, 제가 ‘아줌마’라고 부른 다음에 그 무릎을 베고 눕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려요. 제가 봐도 오바스럽지 않게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실제로도 진짜 많이 웃는 편이라 행복해요. 그런데 눈물도 많아요.(웃음) 머리가 아플 정도로 펑펑 울어서 슬픈 영화조차 안 찾아 볼 정도예요.”
앞서 드라마 ‘왕의 얼굴’ ‘너를 기억해’ ‘38사기동대’ 등에서 서인국이 그려왔던 인물들은 마냥 행복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힐링드라마로, 서인국의 연기 인생에서도 남다른 작품이 되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너무 많다”라며 조인성(오대환 분)이 백마리(임세미 분)의 차에서 똥을 싼 신부터 다양한 패러디 신, 그리고 복실과 만들었던 로맨틱한 신들을 꼽았다.
“‘쇼핑왕 루이’는 제게도 신선한 작품이에요. 몇몇 에피소드는 대한민국에 없었던 장면들이었죠. 특히 뮤지컬처럼 제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신이라서 감독님께 너무 독특한 것이 아니냐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거든요. 감독님도 우려를 많이 했지만 다행히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었고 재밌게 그려져 시청자들이 마음을 열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키스신이에요. 부산 책방골목에서 찍었던 데 말이에요. 그리고 레드카펫 키스신도 기억에 남아요. 작가님이 이런 신을 상상하셨구나 생각했죠. 백마 탄 왕자의 모습이라 오글거리기도 했었는데, 촬영할 때 레드카펫이 깔려 있으니까 지나가는 분들이 ‘뭐지?’하면서 피해가더라고요. 그걸 지현이가 보더니 복실이도 레드카펫을 밟지 않고 피해가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아니나 다를까 너무 현실성 있고 좋았어요. 판타지 같은 신을 현실성 있게 해줬으니까요.”
재벌3세인 루이는 프랑스에서 자신만의 성 안에 갇혀 자신의 의지로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기억상실에 걸린 후에 그는 몰래 막심골드를 타먹고 케첩을 묻혀가며 먹는 길거리 토스트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된다. 새로운 인식 변화가 생긴 루이처럼 서인국도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사람을 믿는 마인드가 생겼다고 한다. 아무도 루이를 믿지 않을 때 복실 만큼은 믿어주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는데 나라도 믿어야지. 안 그러면 너무 슬프잖아”라는 장면이 떠오른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아요. 루이라는 캐릭터와 이 드라마 장르는 하나의 동화 같잖아요. 루이나 복실이의 마인드는 세상에 믿을 사람 없어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나쁜 사람이라도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진 않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성이 너무 앞서나가고, 자기만 생각하게 될 때가 있는데, 우리 드라마가 이런 말들을 잘 전했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 생길 때 저도 사람을 덥석 믿는 건 아니지만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긴 것 같아요.”
‘쇼핑왕 루이’ 시청률은 1회 5.6%(닐슨코리아 기준)에서 시작해 12회 11%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다. 이는 기대감보다 실제 결과물이 훌륭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을 말한다. 앞서 출연한 tvN ‘응답하라 1997’, OCN ‘38사기동대’ 등에서도 당시 방송사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 경신한 바 있다. 덕분에 서인국은 ‘시청률의 제왕’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리게 됐다.
“정말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물론 수식어들은 너무 좋으면서도 부담스럽기도 해요.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이 크기도 하니까요. 언젠가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제가 채워줄 수 있을지 그 걱정이 벌써부터 들어요.(웃음) 다만 매 작품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이 텍스트를 봤을 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판단은 시청자와 관객이하기 때문에 매 작품을 가지고 나올 때마다 설레는 것 같아요.”
서인국은 지난 3월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 ‘너라는 계절’를 발매하고,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드라마 ‘38사기동대’가 끝난 후 바로 ‘쇼핑왕 루이’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노래, 연기, 그리고 예능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알차게 한 해를 보낸 그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보고 싶었던 영화를 몰아보거나 음악 작업을 하면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바빠서 보지 못했던 남지현이 출연한 ‘터널’부터 ‘부산행’, ‘타임 패러독스’, ‘데드풀’ 등 최근 본 영화들을 하나하나 코멘트를 남길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다가도 지난밤에 음악 작업을 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데드풀’을 뒤늦게 봤는데, 매력 있는 캐릭터더라고요. ‘똘끼’ 충만한 나쁜놈이고 말도 안 되는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깨부술 만큼 유쾌함을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캐릭터 자체는 착한 구석이 전혀 없는데 그 사람의 인생이 재밌게 돌아가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그 반대로 겉은 나쁘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인간적인 것도 좋고요. 다만 이제 서른이라 곧 군대에도 가야 하니까 긴 호흡의 작품은 힘들 것 같고 노래로 인사드리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작곡가 형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는 게 좋아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