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 | 가요] '최장수 아이돌' 타이틀에 기대지 않는 신화의 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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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신화가 군대를 다녀오고 4년의 공백기 끝에 내놓은 정규 10집 앨범의 타이틀은 '더 리턴(The Return)'이었다. 11집은 '더 클래식(The Classic)', 12집은 '위(We)', 이번 앨범은 '언체인징(Unchanging)'이다. 묘하게 연결이 되는 이 제목들은 신화의 현 주소를 대변하는 듯하다.

벌써 데뷔 19주년을 앞두고 있는 신화는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트렌드만을 좇으려 하지 않고 클래식의 길을 걸었다. 고전의 위대한 힘을 지키려는 것일 뿐 퇴보하는 것이 아니다. 신화는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킬 뿐이며, 묵묵히 새 역사를 써나갈 뿐이다.

신화가 앨범을 낼 때마다 ‘최장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끊임없이 따라 붙었고, 이들을 향한 질문도 모두 이와 관한 내용이었다. 후배 아이돌도 신화를 롤모델로 선택한 이유로 대부분 비슷한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신화가 지금껏 보여준 변화와 실력을 ‘최장수’라는 타이틀로만 붙잡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신화가 앨범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려고 했던 시점은 크게 두 번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처음으로 냈던 앨범인 7집, 그리고 4년의 공백기 끝 탄생한 10집이다.

신화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터닝포인트와 같은 순간들인데, 그럴 때마다 오히려 신화는 변화했다. 6집이 99도씨의 물이었다면, 7집에서는 멤버들이 작정하고 실력을 키우면서 끓는점에 도달했다. 그 에너지는 폭발적이었다. 그 해 타이틀곡 '브랜드 뉴(Brand New)'는 첫 대상의 영예를 안겼으며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꼽힌다.

10집을 통해서는 신화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댄스를 보여주되 일렉트로닉 장르를 접목했다. 11집에서는 당시 아이돌 무대에서 볼 수 없던 댄스 장르인 보깅댄스로 절제된 섹시미를 뽐냈다. 타이틀곡 '디스 러브(This Love)'는 역대 최다 트로피를 안긴 곡이다. 12집에서는 그간 신화 앨범보다 미니멀하면서도 깔끔해진 댄스곡으로 세련미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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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매된 13집 앨범 ‘언체인징 파트1’ 역시 신화의 또 다른 변신을 목격할 수 있다. 우선 정규앨범을 파트 1, 2로 나누어 냈는데, 앨범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융통성이 엿보인다. 보통 이 연차의 가수들은 정규앨범에 대한 일종의 고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트 1은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 앨범인 만큼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를 꾀했다. 특히 흐름의 시작을 알리는 1번 트랙 ‘우리’와 2번 트랙 ‘오렌지’부터 지금껏 보여준 신화의 이미지를 벗어난 발랄한 곡이다.

특히 ‘오렌지’는 신화를 상징하는 색깔인 주황색을 본따 부르는 신화 팬클럽의 애칭을 제목으로 차용한 곡이다. 신화가 이렇게 직접적인 제목으로 팬송을 내놓은 적은 거의 처음이기에, 팬들에게는 귀한 선물과 같은 곡이다. 게다가 타이틀곡으로 삼은 것은 신화로서 과감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3번 트랙 ‘아는 사이’부터 나머지 곡들은 신화만의 서정적인 느낌이 풍기는데 그러면서도 앞선 곡들처럼 한층 밝아진 점이 돋보인다. 결국 겨울 시즌 앨범에 맞춘 앨범인 만큼 전반적으로 포근하면서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신화가 겨울앨범을 내는 것은 2007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신화가 품고 있는 겨울앨범 특유의 따스함이 그리웠을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 같은 앨범이 될 듯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