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떡 주무르듯이 주무른다” “그럴까?” “이렇게?” “그래 이 맛이야” “푸하하하”
2013년 6월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신화방송’의 ‘무한걸스 앤디 납치 사건’ 편에서 여성 게스트들이 엔디의 몸을 터치하며 뱉은 말들이다. 제작진은 장면과 함께 ‘가슴 터치’ ‘진정한 손맛 체험’이라는 자막을 붙여 내보냈다. 또한 게스트들은 엔디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뽀뽀를 하기도 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신화방송’ 진짜 막나간다” “이번 특집 정말 별로였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신화방송’은 별 탈 없이 이어졌고 그 다음해 1월19일 종영했다. 개그우먼의 이와 같은 언행은 대다수에게는 재미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줬다. 그리고 불쾌했던 누군가는 “재미로 한 일인데 과민반응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으며 2차적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논란으로부터 3년이 지난 2016년의 대중은 비슷한 경험에 한 목소리로 분노했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이세영의 성희롱 논란이 이를 실감케 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제작진은 지난 26일 SNS에 여성 크루들이 방송 호스트로 출연한 그룹 비원에이포(B1A4) 멤버들의 몸을 더듬는 영상을 공개했다. 특히 이세영은 “다 만졌다”며 환호해 더욱 큰 공분을 샀다. 이후 제작진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사과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현재 대중의 초점은 이세영에게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 논란은 몇몇 개그우먼들을 향한 분노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들에는 앞서 언급한 ‘신화방송’의 성희롱이 재조명 되고 있다. 또한 이국주, 박나래, 김영희, 정주리, 김신영 등도 비슷한 논란이 꾸준히 언급되며 비호감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개그우먼들의 이러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대중의 정서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불편하지만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을 테지만 최근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남녀평등 관련 논쟁이 연예계에도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차별적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발언을 한 연예인은 해당 방송분이 캡처되어 SNS와 커뮤니티에 퍼져나갔다. 그들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조리돌림 당하고 있으며 또 다른 논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여성의 엉덩이를 때리며 터프하게 웃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며 우리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 그리고 성희롱적인 언행을 개그의 소재로 삼았던 개그우먼들은 이제 과거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대중은 그들의 행동을 순순히 웃어넘기지 않을 만큼 똑똑해졌다. 수년 후 몇몇 개그우먼들은 자신을 보며 놀랄 것이다. 자신들이 남자들에게 했던, 유쾌하다고만 생각했던 무례한 순간들을 말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