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농부 개미`가 발견됐다. 이 개미는 식물을 채집할뿐만 아니라 씨앗을 심고 비료까지 줬다.
기욤 초미키(Guillaume Chomicki) 독일 뮌헨대 교수팀은 네이저 자매지 `네이처 플랜츠`에 식물을 재배하는 개미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관찰한 `필리드리스 나가사우(학명·Philidris nagasau)`는 균류가 아닌 식물을 직접 길렀다.
필리드리스 나가사우는 태평양 피지섬에 300만년 이상 서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 일종인 스쿠아멜라리아(Squamellaria)를 먹는다. 스쿠아멜라리아는 나무 사이 균열이나 나무 가지에 돌출부를 형성한다.
개미는 스쿠아멜라리아가 있는 나무에 서식할뿐만 아니라 직접 재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미키 교수팀은 개미가 가득한 수십 개 나무를 관찰했다. 개미가 스쿠아멜라리아 씨앗을 수집해 나무 껍질에 붙여넣는 것까지 확인했다.
개미는 여기서 나아가 비료까지 줬다. 스쿠아멜라리아 중심으로 나무 내부에 배변했다. 식물이 자라면 나무 위에 충분한 공간을 형성하면서 훌륭한 서식지 역할을 했다. 식물이 개미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개미가 그 식물을 키우는 상호의존 관계다.
필리드리스 나가사우는 스쿠아멜라리아 속 식물 약 6종과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속 빈 식물 속에서 살아가고 양분을 얻는다. 스쿠아멜라리아 속 식물은 나무에 붙어 자라는 착생 식물이다. 구조상 나무를 버팀목으로 활용하지만 물과 영양분은 자체적으로 얻는다.
초미키 교수는 “같은 나무에 여러 개의 식물이 개미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보고 처음 공생 관계를 인지했다”면서 “식물을 키우는 개미가 하나의 식민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