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힐링 소녀’ 고복실과 ‘청정 매력’의 남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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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 기자 /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드라마 ‘선덕여왕’ ‘자이언트’ ‘엔젤 아이즈’ 등에서 누군가의 아역을 연기했던 배우 남지현이 어른이 됐다. 오롯이 자신만의 롤을 맡은 그는 미니시리즈인 ‘쇼핑왕 루이’의 여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 가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그는 ‘아역배우’가 아닌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다. 그를 여배우로 성장시켜준 ‘쇼핑왕 루이’는 남지현의 연기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 통해서 남지현이 확실히 성인이 됐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쁘고 뿌듯하다.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무사히만, 대신 즐겁게만 찍자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잘 한 것 같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느낌이다. 특히 우리 드라마를 보고 웃으셨다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 커플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백 번 말해도 모자라다.”

‘쇼핑왕 루이’는 재벌3세와 가난한 여자의 로맨스를 담고 있지만, 평범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주인공 고복실은 문명에서 떨어진 산골에서 자라나 강원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고, 누구보다 순수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독특한 여주인공 캐릭터를 남지현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것은 찾기 힘들다. 뻔하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신선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복실이의 매력 중 하나가 사투리이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했다. 복실이 자체가 사랑스러운 캐릭터라서 연기하기가 좋았다.”

심지어 복실이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신은 ‘오지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이다. 실제 방송으로 따지면 ‘나는 자연인이다’ 쯤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미니시리즈 주인공이 출연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리고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복실의 모습을 TV로 본 루이(서인국 분)는 복실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루이가 그 모습을 보고 내게 확 반해야 했었다. 복실이는 하얀 치아에 순박하고 건강한 미소를 갖고 있는데, 첫 신이었기 때문에 잘 표현이 되어야 시청자도 복실이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촬영할 때 감독님, 촬영감독님 모두 나를 예쁘게 담으려고 노력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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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 기자

‘쇼핑왕 루이’는 힐링 드라마, 청정 드라마로 불렸다. ‘쇼핑왕 루이’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은 루이의 기억상실과 복실의 착함으로 모든 개연성을 설명해주는데, 복실은 ‘착하다’고 열 번을 말해도 모자랄 만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다. 복실은 루이에게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복실을 좋아했던 차중원(윤상현 분)도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면서 “루이 짝이 고복실 너라서 다행이다”라고 말을 해준다. 듣는 사람마저 뭉클하게 하는 이런 대사들로 가득한 대본으로 연기하면서 배우들 역시 힐링이 됐을 것이다.

“복실이가 사랑스럽고 긍정적이고 맑다보니까 나도 힘든 것이 없었다. 작품이 우울하면 슬퍼질 때도 있는데, 우리 작품은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다. 밝고 착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물론 이 작품에도 악역은 등장했다. 그들은 남의 것을 탐냈고, 잘못된 판단으로 오랫동안 스스로 고통 받았다. 하지만 복실과 루이는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렸고, 그들을 용서했다. ‘쇼핑왕 루이’는 자신을 괴롭힌 사람까지 이해한 진정한 소통의 드라마였다. 게다가 남지현은 심리학을 배우고 있다. 이해되지 않는 여러 상황과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어떤 도움을 받고 있을까.

“진정한 소통은 혼자 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혼자 판단하면 오해도 많이 하는 것 같고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심리학 학사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실생활에 적용하기 힘들다. 솔직히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진 않는다.(웃음) 단지 심리학을 배워서 좋은 점은 생각을 여러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여러 관점으로 배우다 보니까 ‘저 사람은 저럴 수도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능력이 키워지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도 배웠다.”

12년 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남지현은 20대 초반의 숙녀가 됐다. 20살이 지났고, 2년 전에 첫 성인 연기도 도전했으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첫 주연 작을 훌륭하게 잘 끝낸 그의 연기 폭은 넓어졌고, 앞으로 대중은 남지현의 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영화도 드라마도 했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해 와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두 장르 모두 하는 것이 흔하지 않는 경험이고,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름대로 20대의 큰 흐름을 그려놓았는데, 그 흐름에 맞게 작품이 찾아와줬다.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고, 내 나이에 맞게 차근차근 걸어가고 싶다. 앞으로 내게 어떤 것을 주실까, 어떤 분위기의 작품이 들어올까 기대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주인공으로서 할 수 있는 역량이 인정이 되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질 것 같다. 많은걸 바라진 않고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 편안하면 많이 보고 싶지 않을까.(웃음)”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