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JTBC ‘김제동의 톡투유’는 그동안 조심스러웠다. 진행자 김제동의 발언 하나, 행동 하나가 어느 한 부류의 세력으로부터 먹잇감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심스러움을 없앴다. 정치 이야기가 나올 즈음 장난스럽게 편집되던 김제동의 모습은, 도리어 진정성 있는 힘을 갖게 됐고, 20일 방송에서는 확실히 그 봉인을 해제했다.
이날 ‘김제동의 톡투유’(이하 ‘톡투유’)의 주제는 ‘이상해’였다. 내가 혹은 내 주변에 ‘이상’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분위기는 심상찮았다. 패널들이 뭔가 애매하게 던지는 말에 방청객은 단박에 알아 듣어 웃었고, ‘톡투유’ 제작진은 영리하게 자막을 만들어 내보내며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서정주 시인의 ‘추천사’를 읊을 때부터 불이 붙었다. 정 교수는 ‘그네’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 시를 들려준 후 “이 시는 ‘그네에 관한 시’다”라고 말해 단숨에 분위기를 잡았다. 이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에게 “그네는 왜 계속 움직이지 않고 멈추냐”라고 물었고, 이에 김 교수는 “그네는 진자운동의 하나이기 때문에 본래 계속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그네가 멈추는 것은 마찰력 때문이다. 마찰력 즉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그네’와 ‘저항’을 강조했다.
김제동은 “이분들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고 장난스럽게 반응했고, 이에 김 교수는 “그저 물리학의 원리를 이야기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 역시 “‘추천사’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딱 지목해 말하지 않아도 방청객은 알아들었다. 최근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에 대한 이야기며, ‘그네’는 박근혜 대통령을, ‘저항’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를 뜻하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한 것이다.
이날 방송에는 현재의 시국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한 여학생은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해) 요즘 시국을 보니 공부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다른 방청객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드라마나 영화보다 재미있는 현실이다. 후손들은 역사책에서 판타지를 배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방청객도 “이미 실망해서 관심조차 없었다”면서 “그런데 결국은 이런 내가 이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흥미로운 장면도 방송됐다. 이날 JTBC 카메라 감독이 하품을 하자 방청객은 김제동에게 이를 알렸고 카메라 감독은 대국민사과를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김제동은 “요즘 JTBC 카메라가 바쁘다”라고 말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최근 JTBC가 뉴스 프로그램과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으로 현 시국에 지속적인 발화점을 만들어내는 상황을 방청객이 이해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전 ‘톡투유’는 간접적으로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에 대해 언급했지만, 직접적 표현은 자제했다. 제작진의 의도든, 김제동의 의도든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지켜졌다. 이날 방송에서도 가수 알렉스가 “시국에 맞춰 날이 서야 할 때는 아주 날카롭게 서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채널이 채널이다 보니…”라며 최근 최순실 논란 관련 보도를 이어가는 JTBC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우려하자, 김제동은 그에게 “우리는 지금까지 현재 시국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20일 방송은 당혹스러움을 초반에 안기기까지 했다. 현재 이런 이야기를 해도 시청자나 방청객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대한민국 상황을 반영코자 했는지, 현장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분명 이날 방송은 이전과 달랐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적절한 풍자해 다룬 이날 방송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방청객의 목소리였다. 그동안 방송에서는 기자나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고, 국민의 목소리는 집회현장을 중계하는 과정에서나 일부 표출됐다.
그러나 이날은 그 어느 전문가나 정치인, 기자들의 목소리보다 더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김제동과 패널이 적당한 수준에서 웃음으로 판을 만들어 놓으면, 그 안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방청객이 드러낸 것이다. 격하진 않았지만,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어쩌면 ‘뉴스룸’이 사실을 보도하고, ‘썰전’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전망한다면, ‘톡투유’는 현 시국이 이어지는 당분간 이런 사실과 분석을 대하는 국민의 밑바닥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 만들어질 것 같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