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한 남자는 유도복, 다른 한 남자는 죄수복을 입었다. 입고 있는 옷만큼이나 살아온 과정부터 성격까지 극과 극인 이 두 남자는 ‘형제’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영화 ‘형’에서 동생 두영(도경수 분)은 전도유망한 유도선수였지만, 시합 도중 시신경 손상으로 시력을 잃는다. 사기 전과 10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던 형 두식(조정석 분)은 아픈 동생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가석방을 신청한다. 조사관은 “올해도 신청하셨네요. 안고 있는 성경책은 콘셉트인가요?”라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지만, 두식은 “저는 나쁜 놈입니다. 형량을 다 채워야 마땅하지만, 제가 가석방을 신청한 것은 오직 동생 때문입니다”라며 뻔뻔하게 눈물을 흘린다.
시력을 잃은 두영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에 쳐 박혀 모든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런 동생을 보며 두식은 “네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때도 있네”라고 빈정거리고, 두영은 “꺼져”라고 한다. 15년 만에 만난 형제의 첫 대화다.
동생을 돌보기는커녕 동생에게 어떻게 사기를 칠까 고민하는 두식은 얄밉게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마치 무대 위 쇼처럼 화려하게 펼쳐지는 조정석의 애드리브는 두식을 밉지 않고 잔망스럽게 만든다. 험하지만 착착 달라붙는 욕, 건들거림에서도 느껴지는 디테일함은 조정석이 가진 특유의 호흡과 리듬감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조정석의 코미디는 언제나 옳다.
도경수는 무게감이 있다. 묵직한 목소리와 뛰어난 유도 실력으로 형 두식을 쫄게(?) 만들기도 한다. 도경수는 듬직한 유도선수부터 지켜주고 싶은 동생 역할까지 제대로 해냈다. 초반 방어적인 모습도 있지만, 점차 형의 개그감을 닮아가며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음으로 동생미를 뿜어낸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지만 그래도 형제는 형제다. 어릴 적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소년이 15년 만에 자전거를 타게 될 때,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이내 적응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사이는 쉽게 풀린다. 특히 클럽에 가는 신은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에 방점을 찍는데, 두식이 클럽에서 두영에게 여자를 유혹하는 법을 알려줄 때는 마치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가 다시 나타난 듯하다.
또한 유도 코치 수현(박신혜 분)은 두영에게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제안한다. 하지만 자신의 방을 찾는 것도 힘이 든 두영에게 올림픽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경수는 유도선수로서의 고민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렇게 배우들은 코미디와 감정 연기를 바탕으로 최고의 브로맨스 코미디를 보여주지만, 후반부에서 이 영화는 신파로 흘러간다. 감독은 극적인 상황을 부여하고 눈물을 강요하는데, 너무나 진부할 뿐이다. 마지막 엔딩곡에서도 감독의 의도가 드러난다. 좋은 노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노래인 ‘걱정 말아요 그대’을 마지막 곡으로 선택해 보편성으로 감동을 주는데 초점을 맞춰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조정석과 도경수의 찰진 호흡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볼만한 작품이다. 1인 다역을 맡은 김강현과 조정석의 케미스트리 역시 훌륭하다. 오는 23일 전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