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개그프로그램보다 뉴스가 더 웃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웃기게’ 돌아가는 판국이다.
연일 이어지는 충격적인 보도 속 희극인들은 개그보다 더 웃긴 현실을 꼬집기 위해 나섰다. 가장 직접적으로 정치계를 언급하고 비판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개그계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게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희극인들에게는 현 시국을 비판하기 좋은 ‘풍자’라는 치트키가 있다.
최근 KBS2 ‘개그콘서트’에서는 ‘민상토론’이 오랜만에 부활해 본격적인 정치 풍자에 나섰다. 지난 13일 코너에서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유민상을 중심으로 한 멤버들은 최순실 사태가 밝혀지자 발뺌하던 인사들을 풍자했다.
유민상은 “어이구 이 귀한 개콘 대본을 어디로 유출하고 있습니까?”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을 유출하고 수정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특히 유민상은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을 인용하며 직접 언급했다.
문고리 3인방을 언급하거나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에서 보인 고압적인 모습을 옮겨놓기도 했다. 이수지는 최순실의 코스프레를 했다.
지난 20일 방송에서는 더 확장해 CF감독 차은택을 ‘문화계 황태자’로 칭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가명으로 추정되는 ‘길라임’을 언급했다. 최순실 연예인 리스트도 거론했다.
사이다 같은 코너내용에 시청자들은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3일 방송분은 10.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차지했고, 지난 20일 방송분은 10.5%였다.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개그콘서트’ 시청률을 보면 무난한 수치다. 하지만 ‘민상토론2’는 12.9%로 코너 중 3위에서 11.8% 4위로 하락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요즘 가장 뜨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면 다시 시청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또 핫하게 떠올랐던 ‘민상토론2’의 시청률이 하락한 것은 다소 아쉽다.
‘개그콘서트-민상코너’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얼핏 보기에는 직접적이고 날선 멘트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 것 같지만, 시청률 상승 그리고 반짝 화제성을 위해서만 정치문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는 것이다.
특히 계속해서 정치적 외압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던 ‘개그콘서트’는 지난 5월 대한민국 어버이협회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이후 정치 풍자를 피해왔다. 아울러 ‘개그콘서트’는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패러디를 하거나 심심찮은 말장난 등을 주로 선보여 재미가 반감되던 상태였다.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약세를 보이자 얼른 다시 숟가락을 얹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은 현실을 짚어냈다고 해서 무조건 찬성하고 열광하는 게 아니라, 코너부활의 목적과 방향을 알고 싶어 한다. 풍자마저 가십으로 흘러가지 않게라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개그콘서트’에게 패러디와 풍자를 구별하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패러디는 단순히 특정 인물이나 상황을 따라해 웃음거리로 사용하고, 풍자는 비꼬면서 문제점을 짚어낸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면서도 종이 한 장 차이다.
단순히 ‘하하하’ 웃게 만드는 일차원적인 웃음만이 개그의 역할은 아니다. 개그 같은 현실을 또 다시 신랄한 개그로 승화시키고, 소재로만 이용하는데 국한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이제 ‘민상토론2’의 현실풍자는 두 차례 지나갔다. 속이 답답한 사람에게 사이다는 임시방편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소화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 ‘민상토론2’가 시청률의 응급처치가 아니라 막힌 속을 뚫어주는 ‘소화제’ 같은 진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