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자만에 대한 우려도 있어요. 환경이 사람을 만들 듯 살다보면 실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본질이 변하지 않고 지향하는 중심을 굳게 두면 덜 흔들리지 않을까요? 그리고 인정할 줄 알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 대중적인 사람이기보다 여전히 배워가는 배우에요.”
이예은은 단단해보였다. 들뜰 만도 한데 조심스러웠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 지 제대로 알고 있는 배우였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들어가 연기를 넓히고 있지만 본인의 뿌리인 뮤지컬이라는 무대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겸손한 배우였다.
이전과 달리 뮤지컬 배우의 방송 시장 진출이 잦아졌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카이, 차지연, 최정원 등 다양한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통해 조정석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뮤지컬 스타들이 드라마 혹은 영화에 등장해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어느 일각에서는 무대와 병행할 시, 배우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갖고 있다.
“여러 방면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배우가 정말 잘하는 배우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돼요. 예전에는 뮤지컬이라는 분야가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었잖아요. 이제는 배우들이나 체제가 안정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되기 시작했죠. 한 분야뿐만 아니라 가능한 배우의 능력치를 많이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앙상블로 데뷔 이후 방송과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데뷔 7년 차인 이예은에게 슬럼프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춘기’를 겪었다. 하지만 분명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방법도 함께 알고 있었다.
“앙상블로 데뷔 했어요. 몇 년 하다보니까 기회에 대한 갈증이 심해서 슬럼프가 있었죠. 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너무 슬펐어요. 배우로서의 존재감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기다리던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그게 바로 ‘위키드’의 네사 로즈 역이었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끌어가고 싶다는 욕망이 컸어요. 그런데 맡게 되니 또 새로운 고민들이 생기더라고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매일 긴장감 속에서 살았어요. 많이 무서웠죠. 사실 결과적으로 잘 즐기고 저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면 되는 건데 말이에요.
무대에 올라 선 뮤지컬 배우 이예은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을 얻을 정도로 연기를 섬세하게 잘한다. 그런데 노래는 더 잘한다.
“예전에 ‘이 길(뮤지컬)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했을 때는 노래가 최고 관심사였어요. 제가 잘하는 것이고 제가 뽐낼 수 있던 것이죠. 당찬 패기였죠. 그런데 한 전문분야를 공부한다는 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고 완벽에 가까워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점점 경력이 쌓일수록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어요. 오히려 노래가 절 힘들게 했어요. 뮤지컬에서는 노래도 대사고 연기잖아요. 그래서 점점 연기가 제게 1순위가 되고 있어요. 그래도 드라마 하면서도 노래는 계속 꾸준히 배우고 있어요. 뮤지컬은 제게 평생 하고 싶은 거거든요.”
드라마 출연 기사와 댓글들을 살펴보니 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해줬다. 그걸 들은 이예은은 전혀 몰랐다며 쑥스러워했다.
“정말요?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저는 제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모든 분들이 그러시겠지만요.(웃음) 사실 저는 자신감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에요. 무대에 서거나 큐 사인이 떨어질 때는 프로라는 생각으로 다 숨기는 거예요. 그래서 대중 앞에 서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섭다’였어요. 대중 분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무서웠거든요. 과연 ‘나를 좋게 보실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어요. 무대에서는 ‘나 예뻐 보여야지’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화면 안에서는 외적인 것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결론은 절대 아니었어요. 그런 생각 안하고 했어요. 열심히 하고 사랑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하면 그 자체로도 자연스럽게 예뻐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음악 속에 서 있는 뮤지컬 배우는 그 누구보다도 화려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예은의 일상은 고요했다.
“소소하게 일상을 조용히 지내는 편이예요. 무대에 오르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면 굉장히 밝은데 혼자 있을 때는 진지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책이나 영화를 주로 보고 있어요. 이를 통해서 연기도 많이 배우고 연기 공부가 새삼 재밌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일을 위해서 억지로 보는 게 아니라 되게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면서 얻는 게 많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행도 좋아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미있어요. 그래서 11월 말 정도에 국내 여행을 갈 생각이에요. 혼자는 외로우니까 친구랑 한 명과 같이 갈 거예요.”
책과 영화를 주로 보고는 있지만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즐겨 읽었던 책의 제목을 순간 까먹자 휴대폰으로 검색까지 하면서 추천하는 성의를 보였다.
“에세이보다 소설 읽는 걸 좋아해요. 소설은 현실과 다른 세상이잖아요. 그러면서 현실과 동 떨어 있지도 않고요. 그런 지점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보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는 게 재미있어요. 다양한 인생들을 보면서 다르게 해석하는 재미도 있고요. 휴머니즘이 제 타입이에요.(웃음) 최근에는 공지영 작가의 단편소설집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를 재미있게 봤어요. 영화관도 자주 가는데, 최근에는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이랑 ‘라우더 댄 밤즈’를 봤어요. 저 이자벨 위페르 팬이에요. 배우로써의 아우라가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프랑스 여배우로는 이자벨 위페르, 국내 여배우는 송윤아를 꼽았다. 함께 촬영할 때 송윤아의 몰입감과 아우라에 완전히 압도당했다고. 현장에서는 유쾌하고 쿨한 모습에 존경스럽기까지 한다며 다음 작품에서 다시 만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배우가 되길 꿈꿨다.
“‘성공하고 싶다’ 보다는 다양한 역할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어요.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이요? 말로만 뱉다가 막상 닥쳐서 직접 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확실한 건 노력을 했다는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할 거니까 더 성장하지 않을까요. ‘더 케이투’ 촬영장에 처음 갔던 저와, 마지막 촬영을 했던 저는 분명 다를 거예요. 이런 모습들을 관심 있게 지켜봐주세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 열심히 다져놓을 게요. 저도 제 스스로가 기대돼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