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강동원이 달라졌다, ‘가려진 시간’을 볼 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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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홍종선 선임기자] # 변화는 시작됐다

강동원이 달라졌다. 혼자만의 동굴에서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고민하다 밖으로 나와 은둔의 열매인 양 영화 한 편을 관객에게 선사하곤 다시 자신만의 동굴로 돌아가던 강동원이 달라졌다. 영화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도 세상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 강동원이 되었다.

“혼자 쌓아가는 시간을 보냈다면 계속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사람들과 얘기하는 게 도움이 돼요, 배움이 많아요. 어르신을 만나도 대화가 잘 통해요. 주변에 믿을 만한 분들이 계셔서 고민 있으면 물어보곤 하죠.”

“20대 때는 집 아니면 소수의 사람과 보냈어요. 요즘엔 많은 사람을 만나죠. 돌이켜보면 엄청난 변화예요. 꽁꽁 싸매고 있다가 풀렸다 할까. 믿음을 나누는 분들이 부르시면 촬영 끝나고 밤늦은 시간이라도 무조건 가게 되더라고요, 때로는 그분 집일 때도 있고요. 함께 얘기 나누다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고 하니까 (더욱 부름에 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놀라요, 어떻게 이 정도까지 오픈하고 사느냐고요. 사람들이랑 교류하며 배우는 놀라운 지점들이 많아요. 그러고 나선 또 혼자 고민하고 혼자 싸매고 하죠.”

패션이 좋아 집안을 채울 만큼 홀로 책을 보던 시간들이 쌓여 가구로 관심이 옮겨 갔고 이제는 건축으로 커져 새로운 건물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 맞는 지인들과 그 구조물을 만나러 건축여행을 떠난단다(최근에도 일본으로, 또 제주도에 다녀왔다고). 고민이 생기면 내 안에서 답을 찾았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한단다. 실로 큰 변화다.

동시에 여전히 강동원이다. 패션도 가구도 건축도 디자인, 관심 분야가 옮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강동원은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기고 디자인에 시간을 들여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혼자 하던 공부를 믿을 만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최종의 숙성과 내면화는 혼자만의 시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래도 강동원은 달라졌다. 표정이 밝아졌고 목소리 톤이 올라갔고 그래서 더 어려 보인다. 이제 그의 나이를 잊기로 한다. 눈에 띄는 변화, 결코 작지 않은 변화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그 달라짐이 분명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배급 ㈜쇼박스)에 밝은 에너지를 붓고 여유로운 템포를 가져왔는데 말이다.

억측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강동원의 영화를 즐기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또 강동원을 일로 만나온 한 명의 기자로서 볼 때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전후로 배우 강동원이 적잖게 달라 보인다. 배우 하정우와 함께했던 ‘군도’에서 서서히 열리기 시작해 김윤석과 ‘남자 둘’의 뜨거운 호흡을 보여줬던 영화 ‘검은 사제들’을 거치며 빛을 한껏 받았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넉살과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가려진 시간’을 통해 과거의 강동원이 아님을 과시한다.

영화 외적인 시간과 스크린 밖 사람들과의 교우에서 깊어진 변화라 할지라도 적어도 시기는 그 즈음이다. 다시 한 번, 변화의 시작은 무엇 혹은 누구였을까. 시작점에 대한 집요한 집착에도 강동원은 여유로움으로 응한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웃음).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배우는 지혜로움이 좋아졌어요. 선배는 선배대로 후배는 후배대로, 배울 게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저와는 다른 색깔의 에너지를 받는 것도 좋고요. 그렇게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습니다.”

# 객관성의 담보, 냉정한 동원 씨

언뜻, 영화 ‘가려진 시간’의 흥행요소는 강동원 뿐이다. 적어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렇다. ‘가려진 시간’에는 강동원이라는 스타배우로 설명되지 않는 미덕이 있고, 예고편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신선함이 있다. ‘가려진 흥행요소’들이 아쉽다.

“판단 미스를 하는 (제작과 투자를 하는 등의) 분들에게 제가 언제나 하는 말이 있어요. 강동원이라는 이름만으론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게 영화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라고요. 근데, 아니래요, 된대요, 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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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영화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는 ‘멈춰진 시간’이라는 소재가 한국영화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고,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에 관심도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시간이 멈춰진 공간에서의 연기를 꼭 해 보고 싶기도 했고, 관객들이 저를 식상하게 느끼시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기도 해서예요. 그런데 예고편을 보면 우리 영화의 그 새로움이 잘 안 보이잖아요. 예고편을 두고 제작진에서는 멈춰진 시간을 보여 주면 안 된다, 영화에서 처음 봐야 한다, 지금도 많다, 라는 의견이 우세했어요. 저는 좀 더 보여 주자,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겨야 보러 온다, 나머지가 더 보고 싶어야 한다, 는 의견이었고요.”

주인공의 ‘무게’일 터이다. 나만 연기 잘하면 되지, 가 아니라 결코 쉽지 않은 자기 객관화 속에서 영화의 흥행을 염려하고 예고편의 ‘노출’ 수위를 놓고 고심하니 말이다. 16일 개봉을 앞두고 불안할지 모르는 그에게 10대 여중, 여고생들 사이에서의 인기와 ‘가려진 시간’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 여전히 객관성을 유지하며 답했다.

“10대 분들이랑 간격이 점점 생기는 상황이에요. 이번 영화가 거의 막차가 되리라 생각하고요. 사실 특정 연령이나 특정 성별에게만 사랑 받는 영화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1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늑대의 유혹’을 다시 한 번 찍을 필요는 없잖아요. 같은 맥락에서 ‘가려진 시간’은 다양한 관객층을 염두에 두고 참여하게 됐어요. 10대부터 나이 든 어른까지 각자의 지점에서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대중배우라 하면 흥행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책임질 자신이 있기에 그 직업에 종사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자신감 있게 말하던 강동원을 이번엔 못 만났다. 그런데 어딘가 더 자신감 넘쳐진 내면은 그의 미소를 한껏 밝게 했다.

# 감독의 눈으로 보고 배우로 연기하라

‘가려진 시간’ 속 성민(강동원 분)은 비누공예를 한다. 강동원이 엄태화 감독에게 묻는다, “비누를 깎아요, 그 떼어내진 조각들은 어떻게 될까요?”. 멈춰진 시간 속에서 성민은 태식(엄태구 분)와 길을 걷고 햄버거를 먹고 만화책을 본다. “감독님, 만화책을 넘긴 장들은 어떻게 될까요, 보고 나서 책꽂이에 꽂이 않고 아무렇게나 내던진 책들은요?”. 평소 시간이 멈춰진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더니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영화에 심었다.

사람들이 수린(신은수 분)이 믿듯 성민을 가려진 시간에 다녀온 성민으로만 생각지 말고 수린의 아버지 도균(김희원 분)이나 형사반장 백기(권해효 분)이 세상의 보통 눈으로 판단하듯 사라진 아이들의 납치범이 아닐까 의구심을 가져보길, 그래서 간혹 혼동에 빠지길 바랐다는 강동원. “감독님께는 말하지 않았어요”, 2개의 장면에서 그는 성민의 순도에 ‘살짝, 아주 슬쩍’ 납치범의 느낌을 섞었다.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분명 영화 안에서 제작진 몰래, 감독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은 분명 강동원과의 비밀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진짜 납치법 아냐?’ 생각하는 순간이 올 것이고, 짜릿할 것이다.

“영화라는 게 감독만 잘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배우만 잘한다고 될 일은 더더욱 아니에요. 함께 잘해야죠.”

영화 ‘가려진 시간’ 현장에 감독이 둘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하니 손사래를 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고개를 갸우뚱, 눈을 떼굴떼굴 굴리며) 연출부 막내 정도의 몫은 한 것 같아요. 주로 어린 배우들인데 감독들이 누굴 데리고 얘기하겠어요, 얘기를 들어드린 게 제가 드린 도움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엄태화 감독 뚝심도 있고, 이미 본인 머리 안에 다 있어요. 그러면서 제게 묻고 자신이 맞는지 확인하고 하는 거죠.”

영화 ‘가려진 시간’의 주인공은 성민과 수린이다. 상대배우가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의 소녀, 그것도 그 무섭다는 ‘중2’이다. 촬영현장을 지켜볼 순 없었지만 영화를 보면 강동원이 여우주연 신은수를 대하는 배려가 보인다. 데뷔 14년차 선수가 이제 첫걸음을 떼는 초보를 위해 애쓴 ‘균형’이 보인다.

“에이, 나이가 많든 적든 제 몫을 하는 배우인데, 저도 제 연기하고 수린이도 본인 연기한 거죠. 물론 말씀하신 대로,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한 건 사실이에요. 그게 영화도 살리고 저 또한 살리는 길이니까요.”

들을수록 이 배우 참 달라졌다는 생각을 곱씹는다.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달라진 강동원이 만들어 낼 한 번 더 새로운 영화. 이번에는 에너지의 파장과 규모가 쟁쟁한 상대를 만나 배우 강동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고수가 됐음을 확인시켜 주길 바란다.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 나이 들수록 더 힘들어. 앞으로는 이 말을 좀 더 신중히 써야겠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홍종선 선임기자 dunastar@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