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최근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리 사회에 관심 있었던 적 있을까.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이면 사람들은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아픔을 공유한다.
특히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기 이전,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김기덕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우리 현실에서는 누구든 언제든지 그물의 물고기가 될 수 있다”며 ‘그물’을 국가로 비유했다.
문학이든 영화든 모든 예술 작품은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사회를 반영하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매춘, 소외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던 김기덕 감독이 사회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남북문제 이야기한 영화 ‘그물’에 이어 원전문제를 다룬 영화 ‘스톱’까지 연속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김기덕 감독의 작품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에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라고 미리 알고 보지 않은 이상 그의 작품이라고 눈치 채지 못할 정도다. 김기덕 감독이 개인에서 사회로 범주를 키운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월 개봉한 ‘그물’은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 분)이 북에 남겨진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견디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물’에서는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도 달리했다. 청소년 관람이 가능할 수 있도록 착해졌고, 말이 많아졌다. 유일하게 선한 인물로 그려지는 진우(이원근 분)는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인물로, 교훈적인 메시지를 끊임없이 뱉어낸다.
김기덕 감독은 앞서 “사람들이 내게 그동안 인생에 대한 영화를 하다가 이번엔 왜 이번엔 국가ㆍ정치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냐고 묻는데, 내가 사는 세상이 안전해야지 나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이 남북문제를 다룬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영화 ‘풍산개’ ‘붉은 가족’ 등에서도 남과 북이 등장하지만, 그곳에서는 사상이 아닌 자유와 가족애, 인간성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그물’은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공평한 시선을 보내려고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영화에 다루는 것은 우리가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가장 가깝게 아는 이야기이며,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분단 66년째, 위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으나 과거보다는 조금 더 ‘내 것’만을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을 들여다보고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김기덕 감독은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는 우리의 모습을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핵심은 우리 스스로 문제를 직시해보는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고 이야기 했다.
‘그물’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철우가 망가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그 사람은 국민이라는 것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영혼이 파괴됐다. 고기만 잡던 한 어부가 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언제든 어부가 될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은 오는 12월에는 원전에 관한 영화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인간에게 닥치는 위험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이 만드는 재해, 그리고 자연 재해이다. 그리고 두 가지가 합쳐진 것이 원전에 대한 문제다.
영화 ‘스톱’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 사는 임신한 부부가 도쿄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로, 방사능에 오염 되었을 지도 모르는 뱃속의 아이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사실 ‘스톱’은 소재의 민감성 때문에 김기덕 감독은 혼자 비밀리에 기획하고 찍었다. 김기덕 감독은 체르노빌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사고를 뉴스로 접한 후 원전 폭발에 의한 방사능 피해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느낀 후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더욱이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사고로 현재 그 지역에서 방사능에 의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스톱’은 결코 값 싼 전기가 아니라는 원전 정책에 물음표를 던지고, 어디선가 자연 재해 혹은 관리 소홀로 원전 폭발로 발생할 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김기덕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계몽영화’를 만들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라진 김기덕 감독은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탄생했으며, 그 메시지는 충격적이고 슬프다.
앞서 김기덕 감독은 “영화가 슬프고 암울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 반대였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배우 김영민은 “물고기들이 의심을 가지지 않고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