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종합 | ‘웃음실격’] 웃음은 우리 안에...‘풋’ 웃을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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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웃을 수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웃을 수 있을까. 드라마 ‘웃음실격’이 웃음에 대한 고찰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 대본연습실에서 KBS2 드라마스페셜 ‘웃음실격’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안준용 PD와 조달환, 류화영이 참석했다.

‘웃음실격’은 '못 웃기는 남자' 기상예보관 이지로(조달환 분)의 '안 웃는 여자' 기상캐스터 신나라(류화영 분)를 웃기기 위한 고군분투 코미디극이다.

이날 안준용 PD는 “불행하니까 웃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기상예보관을 직업으로 가진 남자 주인공에 대해 “우리도 여름에 겪어봤지만 날씨를 맞추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을 하기 때문에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는 진지하고 심각한 사람이다”며 “내가 웃을 순 없지만 남은 웃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웃음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조달환은 “감독님 말씀에 동감하는 게, 우주를 보고 있는 분들(과학자 등)은 지구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크게 안가진다고 하더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어마어마한 일들에도 관심이 없으시다고 알고 있는데, 이 친구(이지로)도 먼 하늘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왜 웃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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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 신나라를 연기하는 류화영은 “나의 실력을 믿어왔는데 수준 미달의 현장을 가서 살아간다는 거에 대해 웃음이 정말 실격당한 것 같다. 기분 좋은 일이 있어도 웃음이 낭비라는 생각을 하는 캐릭터다”라고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좀 진지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전작 종합편성채널 JTBC ‘청춘시대’에서 보여준 터프함을 빼고, 나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청순하면서 여성스러움에 도전한 연기다”라고 덧붙였다.

두 주인공의 직업은 날씨와 연관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안 PD는 “작가가 쓴 대본에 기상 예보사라는 게 있었는데 그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를 맞추는 게 가능한 일인가 생각이 들었다. 날씨예보 시스템이 구축된 지 100년도 안된 걸로 알고 있다. 지금은 사계절이 뚜렷하지도 않다. 예측할 수 없다는 패턴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됐다”며 해당 직업에 매료된 점을 밝혔다.

특히 드라마의 부제로는 ‘오키나와 유머’라고 되어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안 PD는 “오키나와 발음이 ‘웃기네요’와 좀 비슷하다”라고 예상 외의 대답을 내놔 웃음을 줬다.

안 PD는 “나는 유머치다. 사람들이 정말 안 웃기다고 이야기하는 걸 많이 들었는데, 내가 정말 안 웃긴가? 어디엔가 나의 유머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느 마을에 가면 나를 환영해주고 나의 유머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지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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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극중 웃음의 달인이 있는데,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라며 “웃음을 배우러 온 사람은 다들 하자가 있는 사람이다. 달인은 그들에게 ‘오키나와에서 그렇게 웃기더라’ ‘함부르크에서 그런 사람이 웃기다더라’하고 격려의 말을 해준다”고 오키나와에 대한 깊은 의미를 털어놨다.

‘웃음실격’ ‘웃음’을 소재로 삼아 타인과 웃음을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더 나아가 스스로 웃을 수 있음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등 웃음의 가치를 알려주고자 한다.

안 PD는 “불행한 상황에서 웃음을 지을 수 있냐고 하는데, 행복이 외부로부터 와야 하는 것인지... 웃음은 원래 우리 안에 있는 게 아닌가”라며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든 트럼프가 당선이 됐든 웃을 수 있지 않냐 싶다”고 웃음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전했다.

조달환은 “연기를 즐겁게 하는 편인데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고통스러웠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이 작품은 결국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웃다보면 눈물이 나게 되듯 양면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의 깊은 의미를 설명했다.

류화영은 “요즘 이런저런 일이 많은데 ‘웃음실격’을 보고 ‘풋’ 웃으시며 힘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웃음실격’은 오는 13일 오후, 1부작으로 방송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