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종영 | ‘공항가는 길’]김하늘·이상윤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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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공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불륜 미화’로 대중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던 드라마 ‘공항가는 길’이 섬세한 표현력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 마지막회에서는 최수아(김하늘 분)가 결국 박진석(신성록 분)과 헤어진 뒤, 서도우(이상윤 분)를 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수아는 박진석에 이혼을 요구한 뒤 묘한 감정에 힘들어했다. 서도우는 최수아에게 “내가 겪어봤지 않냐. 이혼 쉬운 거 아니다. 헤어지고 나면 생각하지 못한 감정이 든다. 그래서 더 힘들거고”라고 조언했다.

박진석은 서도우를 찾아가 소리를 지르고 분노를 내뱉었지만, 그의 모습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박진석은 송미진(최여진 분)을 찾아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한테 내쳐지는 게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결국 최수아는 박진석과 이혼했지만, 딸과 전 남편을 내버려두고 혼자만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서도우와 떨어져 지냈다. 그러다가 결국 두 사람은 처음 공항에서 만났던 모습 그대로 다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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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첫 방송된 ‘공항가는 길’은 ‘한 마디로’ 각자의 배우자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예민한 문제인 불륜을 소재로 삼았으나, 막장요소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두 번째 사춘기로 정의하며 서로 주고받는 공감과 위로 등 감정의 과정에 집중했다.

중간중간 김하늘과 이상윤이 배우자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세우며 불륜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보이긴 했지만, 결코 시청자들을 억지로 끌어들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차분한 연출과 표현력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덕분에 팬층도 상당했다. 김하늘과 이상윤의 사랑을 응원한다기보다, 드라마가 표현하는 관계와 생각에 공감을 한 것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7.4%로 출발을 알린 ‘공항가는 길’은 16회 동안 7% 후반대와 8~9%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보였다.

그래서 이미 결말이 나와버린 드라마이지만 단순하게 불륜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게 됐다. 김하늘과 이상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무의식적으로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 정신적으로 형성된 유대감은 놓아서는 안 될 끈을 놓아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조심스럽고 애틋했다.

주인공들의 심정은 주로 내레이션을 통해 드러났다. 미처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말들을 마음속으로 읊조리는 김하늘과 이상윤의 내레이션은 닿아있지 않아도 닿아있는 사랑을 의미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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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하고 차분한 말투로 말하는 자신 그리고 상대방을 향한 고찰은 ‘공항가는 길’이 관계에 집중한 드라마임을 알려주는 요소였다. 이는 시청자들이 김하늘과 이상윤의 관계를 납득할 수는 없어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또한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충격과 반전 같은 자극적인 흥미 대신 깊은 울림을 줬다.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사는 꽉 찬 드라마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여기에 한 편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은은한 분위기는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였다. 계속해서 덧칠하고 부드럽게 번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식이었다.

공항이라는 장소 역시 드라마의 의도를 잘 나타낸 공간이었다. 공항에는 떠나는 사람, 만나는 사람 모두 모인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또는 착잡한 마음으로 서글픈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드라마에서도 이별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는 사람이 교차됐다. 인물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뒤엉켜 결국 한데 모여 또 다른 관계들을 형성했다. 그렇게 ‘공항가는 길’은 가슴 먹먹한 그림을 그려내며 웰메이드 작품으로 거듭났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