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tvN 라이브 코미디 쇼 ‘SNL 코리아 8’(이하 ‘SNL’)이 초심을 되찾은 듯하다. 한동안 ‘SNL’에서 볼 수 없었던 날카로운 풍자 개그가 오랜만에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지난 5일 방송한 ‘SNL’에서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파문 및 정유라 특혜 의혹(이하 ‘최순실 게이트’)을 시원하게 풍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마치 ‘여의도 텔레토비’와 ‘베이비시터 면접’ 등의 코너를 선보이던 초창기 ‘SNL’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날 집 주인 역할을 맡은 김민교는 최순실처럼 분장해 세입자를 향해 ‘갑질’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유세윤 역시 최순실의 딸 정유라로 분장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으며, ‘SNL’의 대미를 장식하는 ‘탁재훈의 새터데이 나이트라인’에서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앞으로 ‘SNL’은 한동안 5일 방송처럼 날선 풍자를 계속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과 여당이 궁지에 몰리고, 여론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에서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청와대와 CJ와의 악연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tvN ‘막돼먹은 영애씨15’ 등 여러 방송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후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도 ‘SNL’이 초심을 되찾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SNL’이 예전처럼 공격적인 풍자 노선을 계속 택할 지는 속단할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가 일단락되고 여론이 잠잠해진 후에도 계속 통렬한 정치 풍자를 이어갈 지는 두고봐야 한다.
‘SNL’은 최순실이 귀국하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방송까지만 해도 ‘최순실 게이트’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뤘다. 이날 ‘탁재훈의 새터데이 나이트라인’ 코너에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과 ‘비선실세’에 대해 살짝 이야기한 게 전부였고, 그 전까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5일 방송에서도 프라다 구두, 곰탕 등 최순실 관련 이슈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내용은 없었다. 특히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었기 때문에 ‘SNL’에서 이를 패러디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온 국민의 관심사가 ‘최순실 게이트’에 쏠려 있고, 보수 성향의 언론사들까지 공세를 퍼붓는 요즘 시기는 ‘SNL’이 마음 놓고 풍자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최순실을 겨냥한 총구가 다른 표적을 못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SNL’이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아진 후에도 계속 신랄한 정치 풍자를 이어갈지는 알 수 없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최순실을 개그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 정도로 ‘최순실 게이트’ 소재는 무궁무진하고, 한동안 계속 풍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일반적인 정치 풍자는 대중이 별로 관심이 없다”며 “‘최순실 게이트’ 정도의 큰 스캔들이 아니면 국민들이 정치에 갖는 관심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SNL’이나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들도 계속 정치 풍자를 다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물론 ‘SNL’은 어디까지나 코미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슈에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다. 지난 5일 방송 정도의 수준만 되도 시청자들의 답답한 곳을 긁어줄 수 있을 것이다.
‘SNL’은 과거나 지금이나 신랄한 정치 풍자를 할 때 대중에게 가장 많은 찬사를 받는다. 앞으로도 호평 속에 시청자들의 소화제 역할을 하는 방송이 될지, 반쪽 자리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되돌아갈지는 제작진과 CJ E&M에 달려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