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포커 도박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라운더스’부터 한국의 고스톱으로 한판승을 벌였던 ‘타짜’, 바둑을 소재로 한 ‘신의 한수’까지 도박 영화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다룬다. 영화 ‘스플릿’은 이런 도박 영화의 쾌감을 포함해 성장 드라마로서의 뭉클한 감동을 배우 유지태-이다윗의 브로맨스로 켜켜이 쌓아올린다.
철종(유지태 분)은 과거 볼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던 국가대표 출신의 볼러지만,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프로 무대가 아닌 도박 볼링으로 밑바닥 인생을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하지만 특별한 아이 영훈(이다윗 분)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도박 볼링 파트너를 제안한다.
자폐증이 있는 영훈은 이름을 부르면 발작을 하고, 분홍색 10파운드의 여자볼과 10레일만 고집하는 등 콘트롤하기 어려운 아이다. 우스꽝스러운 폼으로 볼을 막 던지지만, 볼에 대한 집착으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친다.
팀이 되어 볼링 도박판을 다니는 철종과 영훈을 보고 사람들은 서커스를 하냐며 비웃는다. 다리가 불편한 철종과 자폐증인 영훈이 함께 있는 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종 역시 초반에는 영훈을 도박 파트너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새 자신의 아픔과 닮아있는 영훈의 상처를 알게 되고 그와 한층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가족사진 비스무레한 것도 찍으면서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다.
제목인 ‘스플릿’은 볼링에서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플릿이 나면 보통 큰 실수를 범했다고 여겨진다. 스플릿이란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볼러의 실력 때문일 수도 있고, 레일이 깨끗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결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에 있어서 철종과 영훈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철종과 영훈은 함께 남아있는 핀을 처리해 나가면서 성장해나간다.
유지태와 이다윗은 불편한 신체와 함께 불행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인 철종과 영훈으로 분해 표현해내기 어려운 상황과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철종 역의 유지태는 앞서 드라마 ‘미쓰와이프’ 등에서 선보였던 ‘쓰랑꾼’ 이미지를 벗고 강해보이지만 약하고, 약해보이지만 강한 남자의 모습을 선보였다.
이다윗은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자폐 성향을 가진 영훈을 연기하기 위해 틱이라든가 눈빛, 말투 등 습관을 만들어내 디테일한 감정을 표출했다. 앞서 영화 ‘시’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등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지태와의 호흡을 과시하는데, 특히 영훈의 의도 없이 순수하게 행하는 행동들과 그에 당황하는 철종의 모습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이다윗의 따뜻한 목소리가 담긴 OST가 여운을 남게 한다. 오는 9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