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올해는 데뷔 20주년이라 다를 줄 알았다. 함께 활동했던 라이벌 그룹 젝스키스도 16년 만에 재결합하며, 신곡까지 발매한 만큼, 다시 한 자리에 모여 노래하는 H.O.T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H.O.T의 재결합 설은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오다 지난해 말부터는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이 데뷔 20주년인 만큼 이를 기념하는 콘서트나 앨범 발매도 있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멤버들도 긍정적인 뜻을 나타내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H.O.T 멤버들은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몇 차례 모여 의견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을 전하며, 15년 만의 컴백이 실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완전체 H.O.T의 모습을 보려면 또다시 내년을 기약해야할 전망이다. 2016년이 두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올해 안에 H.O.T가 재결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결합을 기대한 팬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데뷔 20주년인데다 멤버들이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H.O.T 재결합을 언급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재결합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팬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올라 있었던 차였다.
팬들도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다. 지난 3일 방송한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게스트로 출연한 강타는 “팬들을 위해 H.O.T 재결합에 꼭 힘 쓸것”이라고 말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예전 같았으면 ‘기다리겠다’, ‘기대하고 있겠다’라는 반응을 보였을 팬들이 이제는 ‘그냥 하지 말라’, ‘이제 기대도 안 한다’, ‘처음엔 기다렸지만 이제 하든 말든 관심도 안 간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심지어 ‘본인들의 개인 활동을 위해 멤버들이 재결합 발언을 하면서 팬들을 이용하는 느낌까지 든다’는 의견까지 있을 만큼 H.O.T 재결합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H.O.T 해체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앞에서 시위까지 벌일 정도로 팬들의 충성심은 강했다. 하지만 당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던 소녀 팬들은 현재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 됐다. 이들에게 맹목적인 기다림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순전히 H.O.T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현재 멤버들은 각자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막내 이재원을 제외하면 모든 멤버들을 브라운관에서 접하기도 쉽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재결합을 하는 일은 멤버 각자의 희생과 양보가 동반돼야 한다. 음반을 내거나 콘서트를 하는 것도 다섯 명 모두 소속사가 다르기 때문에 수익금 분배 등의 현실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난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다시 뭉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러 차례 모여 재결합 논의를 했었다. 지난 4월에는 SM 수장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도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비록 세부사항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재결합 논의는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멤버들이 재결합을 위해 백분 노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멤버들도 재결합을 하지 못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지난달 30일 방송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강타는 “정확한 말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지 않은 얘기가 자꾸 퍼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으며 토니안 역시 “저나 희준이나 방송에서 재결합을 물어볼 때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팬들에게 희망만 주는 것도 이상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재결합을 하겠다고 먼저 말한 멤버는 없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재결합한다고 보도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 결국 멤버들의 입장은 난처해지고 팬들만 설렌 채 H.O.T의 데뷔 20주년이 흘러가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H.O.T 재결합은 결정 자체가 힘들 것이다. 1년 넘게 얘기만 나오고 못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조율을 못한 부분이 많다는 뜻”이라며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 있겠지만 멤버들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 재결합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컴백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부터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