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이형철 ②] 이유 있는 악역이라면 미움 받아도 ‘OK’

Photo Image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이형철은 ‘영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직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캐릭터만 잘 구축하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형철은 과거 영화에도 간간히 출연했지만, 아직 그의 이미지를 알리진 못했다. 이 부분은 그에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한동안은 악역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 악역을 했는데 너무 강렬했는지 이미지를 벗어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 이후로 계속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이 들어왔죠.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버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요. 사람이다 보니까 선한 캐릭터, 사랑 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지 미움 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지는 않았죠.(웃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악역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있거든요. 만일 악역을 한다면 이유 있는 악역을 하고 싶어요.”

배우란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살고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이형철 역시 그 점을 살려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오뉴월'(가제) 촬영을 마친 후 관객과 스크린을 통해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까지 브라운관을 통해 주로 얼굴을 알렸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 스크린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세상에 무수한 사람들이 존재하듯 영화, 드라마 안에는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그는 더욱 다양한 이미지를 위해 삶을 살아가고 싶다.

“영화에서 밑바닥 쓰레기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파이란’에 나온 최민식 선배의 연기를 감명 깊게 봤어요. 주인공은 완전히 밑바닥에서 쓰레기 같은 생활을 하지만 거기에는 처절한 삶을 살아야했던 이유가 있고 공감대가 있어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거든요. ‘저는 왜?’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땐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간간히 영화를 찍기도 했고 드라마를 촬영하다보면 감독님들께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 더 어울리는 얼굴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영화에서는 기존에 갖고 있는 걸 가지고 가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쪽에서 내가 아예 새로운 걸 보여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Photo Image

그가 배우로 데뷔한 지도 어느덧 21년 차가 됐다. 배우란 직업은 일종의 모험과도 같다.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거나 안정적인 길을 걷게 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형철 역시 아무 탈 없이 순탄하게만 갔기 때문에 장기간 활동할 수 있던 것은 아니다. 배우에게는 필수불가분으로 배역이 꼭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가고 20대 신인 배우들은 아래서 치고 올라오고 점점 설 자리는 좁아지고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부터 기본 수익조차 보장되지 않은 세계에서 끊임없이 다른 생계수단도 없이 업을 지속시킬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내가 남들보다 특출 난 게 뭘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나 찾아낸 건 열정인 것 같아요 보통 나이가 들수록 열정은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저는 그 반대예요. 시간이 흐를수록 열정이 커져요. 그러다보니까 작품을 했을 때 항상 옛날보다 더 열정적으로 달라붙게 돼요. 어쨌든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까 기본적으로 잘 해내야 해요. 과거에는 정말 하고 싶은 배역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가 안 되면 좌절하고 우울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은 최선을 다한 뒤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결국 상황은 똑같아요. 공백 기간 동안에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니 나에게 집중하면서 즐기는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유익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놓는 데까지는 정말 많이 힘들고 괴로웠어요. 많은 노력 끝에 나 스스로 괴롭히지 않고 기다릴 줄 알게 됐죠.”

과거 이형철은 작가 지망생 배우들과 모여서 시나리오 공부도 하고 쓰기도 하고 짧은 분량의 시나리오도 집필했다. 그는 장편 시나리오는 그 이상의 작업이지만 도전해볼 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보조 작가와 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을 만큼 글에 대한 관심도 컸다. 때문에 배우 외에도 행복한 ‘가정생활’이라는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고픈 큰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이제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싶다.

“3년 이내의 단기간의 목표는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것이죠. 요즘 세상은 백 살 이상도 살 수 있는데 전 아직 반도 안 살았어요. 남은 시간동안 나와 함께 할 사람을 찾는 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 같아요. 예전에 작가 지망생 배우들끼리 모임이 있었는데 스스로가 쓰고 싶은 제목하고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모두들 일과 관련된 것을 적었는데 저는 ‘가족’이었어요. 16살 때부터 혼자 살았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마음이 커요. 결혼을 해서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장기적인 목표를 본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가정을 꾸려서 자식들한테 내리사랑을 주면서 같이 즐겁게 사는 거예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