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신인감독은 강동원을 등에 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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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검은 사제들' & '검사외전'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배우 강동원은 두려움이 없는 배우다. 많은 배우들이 ‘안전한 길’을 찾을 때, 강동원은 새로운 길을 찾는다. 최근 그는 영화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검사외전’(이일형 감독) 을 비롯해 개봉을 앞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까지 모두 신인감독의 데뷔작에 참여했다.

신인감독이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첫 상업영화에서 예산이 큰 작품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강동원이 캐스팅 됐다고 하면 말이 달라진다. 강동원이 출연은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말이기 때문에 예산 투자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은 “그동안 해왔던 독립영화는 예산이 부족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온전히 배우와 소통하려고 했다”며 달라진 상황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예산뿐 아니라 장르도 문제다. 많은 신인감독들은 첫 상업영화로 한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스릴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를 선택하곤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은 보장된 것이 없어 투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인감독의 독특한 작품에는 더더욱 투자가 힘들다. 하지만 역시 강동원이 출연한다면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강동원은 두 가지 ‘불안전성’을 모두 다 잡는다. 남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신인감독, 그리고 그들의 독특한 작품. 제작되기 어려운 이 작품들은 강동원이라는 날개를 달고 흥행의 맛을 볼 수 있다. ‘검은 사제들’은 540만 명을 모았고, ‘검사외전’은 980만 명을 모았다. 분명히 이것은 강동원에게도 도전이었지만, 결국 강동원의 커리어에도 도움을 주는 성과다. ‘검은 사제들’은 영화계에서 가장 비수기로 알려진 11월에 ‘오퀄트’라는 독특한 장르로 흥행한 것이며, ‘검사외전’은 강동원의 작품 중 최고 스코어를 경신했던 것이다.

강동원은 동년배의 신인감독과 연이어 작품을 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서 신인감독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감독님을 뵙고 느낌이 오면 바로 찍는다”고 말했고, 과거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딱히 두려움은 없다.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릴 것라고 각오는 한다. 작품 선택할 때 최우선적인 것은 내가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또는 실패하더라도 내가 건질 것이 있는 작품이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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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가려진 시간' 포스터

개봉을 앞둔 ‘가려진 시간’ 역시 독립영화 ‘잉투기’의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자 독특한 판타지 장르다. 의문의 실종사건 후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소녀 수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강동원은 영화가 시작한지 40분 후에 나타날 예정이다. 게다가 이번엔 상대역마저 신인 배우다. 성인도 아닌 중학생 아역 배우이기 때문에 강동원이 현장에서 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제작보고회 등 행사마저도 어색할 법한 신인들 앞에서 강동원은 영화계 선배로서도 든든한 힘이 됐다.

엄태화 감독은 “‘가려진 시간’은 현실에는 없는 세계이다 보니 실제로 나는 강동원을 만나기 전에는 감을 못 잡고 있었다. 배우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을 해줬을 것이다”고 말했다. 즉 이 영화에는 베테랑 배우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어 엄태화 감독은 “강동원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내게 큰 형처럼 도움을 줬다. 나도 처음이고 신은수도 처음이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가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과는 신인감독들이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게 한다. 투자나 캐스팅이 어려웠던 좋은 작품이 성공하면서 또 다른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좋은 순환 구조는 분명 한국 영화를 발전시키는데 큰 힘이 된다.

과거 강동원은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도전은 맞다. 새로운 영화가 관객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만들었다. 힘든 지점은 많았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장르적으로 작게나마 열어줬다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장르 영화가 잘 되기 힘든데, 잘 되니까 짠한게 있었다. 열심히 일 하니까 관객들이 알아주는구나 싶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