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케이지(Kei.G)는 최근 뮤직큐브의 K팝 프로젝트 일환인 '골든 디스크 프로젝트' 3번째 주자로 R&B 명곡인 '아프고 아픈 이름' 리메이크 곡을 발표했다.
골든 디스크 프로젝트(Golden Disk Project)는 'Color Project', 'Hitman Project (데이빗 포스터 헌정앨범)' 등을 통해 의미 있는 기획 앨범을 제작해온 퍼블리싱사 뮤직큐브가 프로듀서들과 과거 발표된 아름다운 명곡들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고 새롭게 들려주고자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케이지는 브라운아이드소울, 버즈, 에코브릿지 등이 소속된 인넥스트트렌드에서 프로듀싱 활동과 개인 음악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자신의 싱글 앨범 ‘지금 여기’, ‘샤인(SHINE!)’, ‘널봐’를 발매하며 가수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K팝스타’ 출신 정진우를 영입해 데뷔 앨범 ‘인 마이 룸(in my room)’을 프로듀싱 했다.
케이지는 추후 본인의 앨범 활동은 물론 소속 가수들의 앨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플라네타리움레코드를 통한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추후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Q.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
“조금씩 다른데 공통적인 점이 있다면 한 장면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머릿속에 스토리보드를 생각한다. 장소에 특별히 구애를 받지 않는다. 많은 작사가 분들도 그렇겠지만 커피숍, 공원 등의 장소에서 가사를 쓰는 것도 좋아한다. 한 번 쓸 때는 완성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가사 작업은 빨리 하는 편이다. 2시간 내에 완성이 되는데 이미 머릿속에 내용을 다 가지고 있고 내용에 맞는 어휘를 골라서 연결하는 방식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 같다.”
Q. 언제나 창작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부담이나 압박감은 없나?
“내가 갖는 유일한 압박감은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거다. 회사에서 빨리 음악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면 ‘나 이것만(게임) 깨고’라고 한다.(웃음) 평소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하지 않고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는다. 대신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나 만화 보는 걸 좋아한다. 가끔 소속사 선후배들과 만나서 밥을 먹거나 주말에는 항상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정서적인 여유는 있다. 하지만 한 번 음악 작업을 시작할 땐 끝을 내야해서 이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정서적으로 뭔가 지금 해야겠다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이 느낌이 노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않는다. 때가 돼서 쓰는 곡은 잘 됐는데 쫓기는 곡들은 잘 안됐다.”
Q. 가사를 쓰는 데 구체적인 상황 설정들이 중요한가?
“노래에선 나오지 않지만 나는 상황 설정을 구체적으로 한다. 예를 들면 파리를 배경으로 가사를 쓴다면 인터넷으로 파리의 골목 사진을 띄워놓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 가사를 쓴다. 또 중요한 건 ‘왜’다. 예를 들어 ‘너의 옆에 있을게’라는 가사라면 왜가 필요한데 왜 너는 그렇게 간절한지를 보여줘야 한다. 노래라는 건 문학적 함축성을 담기가 어렵다. 나 역시 그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다른 노래보다 많은 걸 담고 싶은데 3분 40초의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SNS용어나 직설적인 가사보다는 은유적인 가사를 쓰는데 은유가 많으면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그 균형을 찾는 중이다.
Q. 가사 쓸 때 실제 경험을 많이 넣는 편인지 상상 해서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
“반반인 것 같다. 가상 인물 반 내 경험을 녹이는 것 반. 쓰다보면 기억 날조를 한다. 내 얘기인 것 같고 내가 이 때 느꼈던 감정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창작적인 흐름에서 봤을 때 나쁜 흐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가사를 잘 쓰기 위해 나름대로 했던 것들이 있나?
“책을 많이 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짧은 에세이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번역을 잘 해놓은 것, 흐름이 있고 펀치감이 짧은 글을 많이 본다. 영화 대사 또한 도움이 된다. 직접적으로 그 대사를 가져온다기보다는 느낌을 사용한다.”
Q. 팀 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엔 집단으로 작업을 많이 하는데 좋은 것 같다. 창작자는 타인에게 배우는 게 9할이라고 본다. 지속적으로 팀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경험을 하다보면 많이 발전하게 된다.”
Q. 가사를 쓸 때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면?
“작사가는 선택을 받아야하는 입장이다. 곡은 다른 사람이 썼기 때문에 자기 곡이 아니다. 그럼 작사가는 어떤 멘탈을 가져야 할까. 곡을 찢어버릴 생각을 해야 한다. 곡을 지배해버릴 수 있는. 말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이건 가사밖에 안 보여, 가사에 맞게 멜로디를 고쳐봐’ 하게끔 말이다. 언어가 가진 힘은 의외로 강력해서 말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작곡과 작사가 융화되는 게 최선이긴 하지만 작곡가 입장에서 주객전도의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앞으로는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Q. 작사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 없다?
“작사란 말 대신 음악을 대입해도 어렵다. 이어가고있는 사람은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할테고 아닌 사람은 어렵다고 할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덤벼야할 것 같다. 작정하고 음악에 전념하는 사람은 다른데서 아르바이트 하고 기력을 뺏기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장 힘들더라도 전업을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다. 절박함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Q. 음악 하는데 ‘동심’을 잃지 않는 게 도움이 되나?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왜냐면 특정 문화의 갈래를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끝난다. ‘뽀로로’도 이유가 있는 거고 ‘터닝메카드’도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거다. ‘아 유치해’라고 하거나 상상력이 동결되는 순간 창작자는 끝난다. 난 그걸 제일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두문분출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보통 여자, 주식, 정치, 경제, 사회, 연예 이런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세상 돌아가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빼면 인터넷 뉴스도 잘 안 본다.”
Q. 좋은 가사를 쓰려면 사랑을 많이 하라고 한다. 맞는 말인가?
“연애를 하면 압도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초반 3개월이 도움이 된다. 누군가를 염모하다가 혹은 염모 받다가 관계가 성립된 1주일에서 2주일 사이의 감정을 풀어놓으면 도움이 된다. 음악들이 대부분 연애 이야기인데 이걸 놓치고 간다는 건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오그라드는 걸 싫어하는데 달리 말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연애인데 그걸 놓치고 한다는 건 조금 어려움이 있다. 사랑이란 말은 학습인 것 같다.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갑자기 산에 총을 쏜다고 해서 정말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지 않는다. 결국엔 학습된 말이고 언어인거다. 그런데 나는 사랑한다는 말이 폭력적인 것 같아서 쓰지 않는다.(웃음) 다른 노래에서 너무 많이 썼고 ‘사랑해’란 말은 내가 선을 넘었고 네가 결정을 내려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좋아해’란 말은 상대방이 그어놓은 선을 넘지 않는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좋다.
Q. 좋은 가사란?
“결과론적으로 보면 잘 된 노래 가사, 잘 팔린 노래가 좋은 가사라고 생각한다. 과정적인 이야기로 말을 하면 좋은 가사란 진솔하고 솔직한 것 말고 상상의 촉매를 주는 가사가 좋은 것 같다. 한 사람을 자기 현실로부터 떨어지게 해줄 수 있는 가사 말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틈이 잇는데 그 틈새를 파고들어서 메워주는 가사가 좋은 가사인 것 같다.”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