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럭키’ 이준, ‘멘탈 미남’이 초월한 것들, ‘편집-댓글-관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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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 기자 /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럭키’가 45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4일 째 손익분기점인 14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하반기 최고 작품으로 떠올랐고, 한국 대작인 ‘아수라’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인페르노’까지 그 앞에서 맥을 못 추리고 있다. 이것은 분명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다.

킬러인 형욱(유해진 분)과 무명배우 재성(이준 분)의 운명이 바뀐다는 신선한 설정에서 오는 반전 코미디는 관객을 사로잡았고, 현재 MBC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촬영에 한창인 이준은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는 상황이다. 가족도 만나지 못해서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을 못했다. 관객수 올라가는 것은 알고 있는데 보면 ‘벌써 그렇게 됐구나’ 싶다. 시나리오가 재밌으니까 안 되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준은 무명배우이자 백수라는 직업을 소화하기 위해 덥수룩한 머리스타일과 수염, 긴 손톱과 같이 다소 더러워 보일 수 있도록 외모를 꾸몄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를 자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근육 하나 없이 볼록한 배를 선보인다.

“비주얼적으로 망가지는 것은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수염을 기른 모습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촬영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계속 기른 상태로 대기해야 했다. 손톱이 너무 길어서 휴대폰 만지기도 어려웠다. 그 상태로 시사회를 갔었는데 손가락 하트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웃음)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도 손톱이 보이게 되는데, 정말 더러울 정도로 길러서 거기서 오는 부끄러움이 있었다. 게다가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오랫동안 머리를 감지 않으면 머리 뒷부분이 구멍 난 것처럼 갈라지는데, 그런 디테일을 만들고 싶었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더러움을 만드는 게 힘들었다. 내가 여러 가지 제안을 했는데 감독님이 허락해줬다.”

‘럭키’는 유해진 원톱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는 설정이기 때문에 이준의 역할도 중요하며, 실제 극의 초반만 하더라도 투톱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준의 활약이 크다. 사실 ‘럭키’는 유해진과 이준의 투톱 영화로 준비되기도 했다.

“현재 영화가 마음에 든다. 예전에 영화 ‘손님’에서는 80% 편집을 당했다.(웃음) 그때도 아쉬움은 없었다. 나 때문에 관객수가 줄어들 수도 있고, 극 흐름에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떠나서 나는 노력했고, 영화 전체를 위해 변경된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편집된 부분 중 아쉬운 점은 있다면, 마지막 액션신이다. 초반에 목을 매다는 신과 후반에 나오는 액션신에서 확실히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올인을 했다. 준비도 많이 했고 촬영 때도 몰입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칼을 들고 연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 세게 나와 버려서 일부가 편집됐다.(웃음)”

만약 이준이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캐릭터인 형욱의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준은 “캐릭터 나이가 맞다면 재밌었을 것 같다”며 유해진이 했던 장면 중 가장 따라하고 싶었던 장면으로는 초반 형욱과 재성이 목욕탕에서 만나는 신을 꼽았다.

“비누를 밟고 미끄러지는 장면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몸을 쓰는 액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 장면이 원작에서도 강렬했다. 멋있는 표정을 짓고 들어와서 비누를 밟는 모습이 비현실적인데 참 현실적이더라. 특이하게 그 장면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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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 기자

‘럭키’에는 미스터리부터 액션, 스릴러, 멜로까지 다 있다. 이준 역시 영화 ‘배우는 배우다’ ‘손님’, 드라마 ‘아이리스2’ ‘갑동이’ 미스터 백‘ ’풍문으로 들었소‘ ’뱀파이어 탐정‘ ’캐리어를 끄는 여자‘ 등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던 바. 그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장르는 무엇일까.

“나는 액션을 좋아한다. 타격을 하는 게 재밌다. 일반적인 연기보다 몸을 쓰면서 하는 연기가 좋다. 몸이 고생하는 것을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선호하는 것은 다크한 장르다. 영화 ‘블랙스완’ ‘위플래쉬’ ‘레버넌트’ 같은 작품을 하면 희열을 느낄 것 같다. 시나리오만 좋다면 ‘블랙스완’처럼 무용영화를 찍어보고 싶기도 하다. 웃음기 전혀 없는 어두웠으면 좋겠다.”

이준이 아이돌로 연예계에 데뷔해서 연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6년째가 됐다. 다른 아이돌처럼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길로 완전히 발길을 돌렸기에 연기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고민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작품의 인기 여부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초월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하고 있다. 하지만 꼭 이 직업이라 더 특별한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고민이 많지 않나. 다들 자기의 일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인터넷 댓글로 조언을 얻는다. 네티즌은 나를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준다.(웃음) 지금은 드라마 때문에 예전만큼 댓글을 못 봐서 아쉽다. 나는 항상 확인을 해줘야 한다. 무작정 욕을 하는 댓글을 보면 나도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대중이 나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달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확인하면 멘탈이 나가는 게 먼저긴 하지만, 부서지더라도 만회하려고 노력한다.”

“‘럭키’도 잘 되고 있지만, 관객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공약이라도 걸었다가 안되면 아쉬울 수도 있지 않나. 관객이 많이 들면 감사한 일이지만 아니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