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유해진의 ‘럭키’, 오달수-차승원과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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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럭키'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배우 유해진의 원톱 영화 ‘럭키’가 450만 관객(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조연의 반란이며, 침체됐던 코미디 영화의 부흥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흥행작에는 유해진이 존재한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유해진은 영화 ‘타짜’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주목을 받았고, ‘전우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현실감 넘치는 코믹 연기로 주연보다 더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으며, ‘베테랑’ ‘그놈이다’ ‘극비수사’ ‘이끼’ 등에서는 웃음기를 뺀 진중한 모습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출연한 작품의 누적관객수로 1억 관객을 넘겼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런 작품들에서 유해진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 ‘럭키’에서 유해진은 원톱으로 나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개봉 전에는 영화 관계자들마저 ‘잘 되면 200만’ 정도를 예상했던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럭키’는 코미디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깨며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영화가 됐다.

조연으로 많은 내공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쉽게 주연을 맡지는 못한다. 그래서 신인이 아닌 이상, 한 번 조연은 끝까지 조연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원톱을 맡을 경우 오롯이 그 사람의 인기와 연기력으로 관객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티켓 파워가 증명된 배우를 주연으로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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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배우' & '고산자, 대동여지도' 포스터

앞서 유해진과 함께 ‘명품 조연’의 쌍벽을 이루는 배우 오달수도 올해 초, 원톱 주연에 도전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천만 영화가 된다는 의미로 ‘천만 요정’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그의 첫 원톱 영화 ‘대배우’는 약 17만 명을 모아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100만 명이었던 손익분기점에 많이 모자란 성적이었다. 중소배급사라 스크린수를 많이 잡지 못했고 홍보도 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까닭도 있다.

개봉 첫 날 466개 스크린을 가져간 ‘대배우’에 비하면 유해진의 ‘럭키’는 대형 배급사 작품으로서 개봉 첫 날 889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며 상업영화로서 만족할 만한 기반을 가지고 시작했다. 게다가 영화 위주로 활동하는 오달수보다 유해진은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로 더 대중적인 호감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배급사와 스크린수, 호감도로만으로 영화의 흥행은 결정되지 않는다. ‘삼시세끼’의 또 다른 출연자이자 이번 추석에 원톱 영화를 공개한 차승원의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럭키’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도 흥행에 참패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유해진과 차승원은 ‘참바다’와 ‘차줌마’로 불리며 호감도 면에서는 우위를 선별하기 힘들 정도로 ‘국민 호감’인 배우들이다. 심지어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성수기인 추석에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전체관람가의 사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인 320만이 턱 없이 모자란 97만 명에 멈춰서야 했다. 그에 비해 ‘럭키’는 비성수기인 10월에 개봉했지만 손익분기점인 140만 관객을 4일 만에 넘겼다.

그 원인으로는 영화 내용이 가진 힘을 빼놓을 수가 없다.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아재개그와 무모한 애드리브가 민망함을 불러일으켰다면, ‘럭키’는 과하진 않지만 소소한 웃음을 끊임없이 선사하며 관객을 웃겼던 것이다. 킬러(유해진 분)와 무명배우(이준 분)라는 완벽하게 다른 두 캐릭터를 오간다는 신선한 설정에 유해진의 농익은 애드리브와 연기 내공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유해진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장르인 코미디 영화에서 존재감을 입증하며 주연으로서도 성공적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이준은 엔터온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어서 통한 것 같다. 힘든 시기라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시나리오 자체가 현실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재밌었다. 사람 웃기는 일이 힘든 일인데, 웃음 포인트를 잘 잡았고 공감대를 끌어낸 것이 가장 큰 힘이 된 것 같다. 소소하게 디테일한 포인트를 살린 게 잘 될 수 있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