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웹툰계가 방송가에 진출하며 원석 같은 이들을 배출하고 있다. 요즘 여러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기안84도 그 중 한 명이다.
비(非) 방송인이 방송에 출연해 뜻밖의 웃음을 주는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시행돼온 비장의 카드였지만, 웹툰작가가 직접 브라운관에 나서 얼굴을 드러낸 시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기폭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계에서는 웹툰에 상당히 주목을 하고 있다. 지금껏 웹툰은 대중문화와 별개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중심이 되어 실제 콘텐츠로 다가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웹툰작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최근 ‘무한도전’을 통해 소개된 작가들 중에서는 웹툰작가면서도 방송인으로서도 충분히 소양을 갖춘 이들이 있다”고 현상을 주목했다.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기안84다. 그는 ‘무한도전’에 출연해 예능감을 뽐냈고, 곧바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인지도 굳히기에 나섰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당시, 기안84는 직접 가위로 머리를 자르고, 집이 아닌 회사에서 일상을 보내며 다소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대중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결국 정식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그의 승승장구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현재는 올리브TV ‘원나잇 푸드트립’, MBC ‘라디오스타’, KBS2 ‘해피투게더3’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누비며 활약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남자 뭔가’ 싶었는데 점점 그의 모습이 드러날수록 왜 방송가에서 그리도 러브콜을 보내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우선 전문 방송인이 아닌 기안84는 꾸밈이 없다. 과도하게 솔직한 척, 털털한 척 하지도 않고 거품으로 변해버릴 스타 행세도 하지 않는다.
필터링 없이 흘러나오는 기안84의 내숭 없는 매력은 거의 날 것에 가깝다. 이는 작위적인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무심하고 시크한 태도와 툭툭 던지는 말투는 은근한 귀염성이 묻어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방송에서 때때로 보여주는 철 없는 모습, 진지한 모습, 쑥스러운 듯 멋쩍게 웃는 모습 등 의외의 매력은 플러스 요인이다. 더 나아가 기안84는 격투기를 배우러 가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모습, 오랜만에 도전한 수채화 결과물이 엉망인 모습 등 못난 모습들을 숨기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인정해버린다.
무엇보다 기안84의 진가가 발휘되는 시점은 요즘 말로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의 미덕이다. 그는 예능인 사이에 끼겠다고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조용히 병풍이 되지도 않는다. 적재적소에 적당히 재능을 발휘하며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런 기안84의 매력과 인기에 대해 “그의 특징은 방송을 하는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무엇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요즘 트렌드인 리얼리티와도 부합하는 지점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웹툰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면 (방송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생기겠지만, 두 영역 모두 잘 해낸다면, 웹툰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잘 보여준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작품과 방송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웹툰 팬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