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사전상으로 뜻이 통해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 배려에서 나온다. 코카콜라 마케팅을 예로 들어 보자. 코카콜라는 날씨가 더울수록 콜라 판매량이 많아진다는 점에 착안, 온도 감지 센서를 부착한 자판기를 도입하려고 했다. 기온이 높으면 가격을 비싸게, 낮으면 적게 받는, 나름대로 `스마트`한 자판기였다.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적정 가격을 실시간으로 책정,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코카콜라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리에 맞는 결정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가격을 올려 받겠다고?” 이 자판기 소식을 접한 미국 소비자는 기업 이윤 극대화에 불쾌해 했다. 소비자 반응에 놀란 코카콜라는 `그런 아이디어가 있다는 이야기지 실행할 계획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코카콜라는 이때 경험을 2012년에 역으로 이용했다. 스페인에서 신규 출시된 레몬에이드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더워질수록 가격이 할인되는 자판기를 공원에 설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숱하게 볼 수 있다. 지난 여름 뜨겁게 달군 전기요금 누진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 가며 합리 타당하게 세운 계획이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분노하게끔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시장은 결코 이론처럼 모든 것이 합리적 의사결정 원리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는 합리화 이론보다 사회 맥락이나 도덕심 같은 심리 요인을 중시한다. 이 차이로 인해 `소통 간극`이 발생한다. 청자가 듣고자 하는 바를 고려하지 않으면 아무리 발언해 봐야 의미와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소비자도 감정보다는 기업 이익과 소비자 편익에 대한 합당한 고려가 있어야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훌륭하고 합리에 부합하는 정책이라 하더라도 일방으로 추진한다면 저항에 부닥친다. 특히 원자력처럼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고 사회 갈등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는 논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미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고압송전탑 설치 과정에서 이러한 일을 경험했다. 지역사회 역시 합리 타당한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는 과거 교훈이 잘 반영돼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해 과학 조사와 지역주민 의사 수렴을 천명하는 등 정보 공유, 민주주의식 절차의 중요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외에서 추진된 방사성폐기물처분 시설 건설 모범 사례로 알려진 핀란드와 유사한 절차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부지 선정까지 12년을 잡았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선정 과정을 볼 때 결코 길지 않다. 국가 차원의 필요성과 주민의 삶, 전문 지식과 직면한 사실을 바탕에 둔 논리, 실제로 주민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윤리 판단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가 용인될 만한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에 더 경청하고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고준위폐기물처분장 추진과 관련한 전문 웹사이트도 개설, 정보 공유와 소통 채널을 열기 바란다. 갈등이 깊은 주제일수록 상세한 정보까지 공유하고 긴 호흡으로 대화를 가져가야 한다.
정보 공유와 이에 바탕을 둔 소통 없이는 대중 심리를 이용한 공포 마케팅만 조장될 뿐이다. 소통의 궁극 목적은 오해와 공포를 해소하고 상호 입장 차를 확인하되 상호 간의 양보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그 시작으로 국민과의 정보 공유를 위한 효율 방안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 dwjer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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