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혼숨’] 한국 공포물 맥 이을 ‘21세기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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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혼숨'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최근 할리우드 공포물 ‘맨 인 더 다크’ ‘라이트 아웃’ ‘컨저링2’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국 공포물은 최근 몇 년간 유난히 기를 펴지 못했었다. 이번 가을에 한국 공포물이 오랜만에 찾아온다.

영화 ‘혼숨’은 아프리카TV에서 미스터리 공포 방송을 진행하는 BJ 야광(류덕환 분)과 박PD(조복래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BJ야광은 별풍선 천 개도 순식간에 받는 인기 스타로, 어느 날, 실종된 여고생의 ‘혼숨’ 영상을 제보 받는다.

‘혼숨’이란 혼자 하는 숨바꼭질의 줄임말로, 인형을 매개체로 귀신을 불러내 함께 숨바꼭질을 하는 주술법이다. 인형의 배를 갈라 쌀과 자신의 머리카락을 넣은 후 붉은 실로 봉합한 뒤 잠시 숨어 있으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놀이를 마치고 나서 인형을 반드시 불태워야 한다는 것이다. 경고를 무시하면 죽을 때까지 귀신과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는 섬뜩한 저주가 있다.

야광은 실종된 여고생 선영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혼숨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유일하게 선영과 놀아줬던 친구가 그의 인형을 가져가버렸고, 두 소녀 모두 실종이 됐다는 것이다.

‘혼숨’에 대한 방송을 예고하자 한 시청자는 야광에게 1천만 원 가치가 있는 별풍선 15만 개를 쏘면서 인형을 찾아달라고 한다. 사람들의 요구와 레전드 방송을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위험한 공포 소재를 찾아다니던 야광과 박PD는 설렘에 가득 차 방송 스케일을 키운다.

먼저 찾아간 선영의 집에는 온갖 부적으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어떤 사람은 선영을 미쳤다고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보기엔 살기 위한 절박함이 보인다. 이어 인형을 찾으러 간 독서실에서는 선영이 숨어 지내고 있었고, 야광과 선영은 낡은 독서실에서 귀신과 추격전을 펼치게 된다.

‘혼숨’에는 귀신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것 대신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죽음의 숨바꼭질은 죽음의 실체와 마주한 순간 정점을 찍는데, 특히 선영이가 인형을 찾다가 점차 소용돌이에 빠지는 야광에게 “이제 너도 같이 (숨바꼭질) 하는거래”라고 섬뜩하게 웃는 장면은 관객의 심장을 조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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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혼숨' 스틸

왕따 여고생이 우연히 불러낸 귀신의 저주와 아프리카TV 방송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여고괴담’과 ‘소셜포비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혼숨’은 21세기 한국형 공포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보인다. 20년 전 신인이었던 박기형 감독이 ‘여고괴담1’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혼숨’으로 감독에 데뷔한 이두환 감독의 모습도 주목하게 된다.

물론 아프리카TV 형식을 가져온 페이크다큐는 최근 ‘소셜포비아’ ‘신촌좀비만화’ ‘트릭’ 등 다양한 저예산영화에서 시도한 바 있기에 신선한 형식은 아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카메라 움직임과 주인공의 얼굴을 자세하게 들어다보는 방식은 분명히 공포영화 장르의 이점이 된다. 특히 혼숨이란 소재는 공포뿐만 아니라 미스터리하기 때문에 다큐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아프리카TV 형태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흥미를 자아낸다.

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은 원한이 없는 귀신에다가 혼숨을 하는 당사자인 여고생들의 이야기가 거의 다뤄지지 않아 아쉽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는 인물은 류덕환이다. 1인 방송인 아프리카TV를 포맷으로 한 만큼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류덕환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보라색으로 염색해 파격적인 외모뿐만 아니라 날것에 가까운 대사를 구사하며 BJ에 완벽 분했다. 오는 26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