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공연 리뷰] 연극 ‘두 개의 방’, 복잡한 정치적 사건에 ‘공감’이라는 옷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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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30년 가까이 공연에 오르고 있지만, 언제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여전히 이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방’은 현대를 살아가는 전 인류에게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테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극은 테러에게 인질로 납치된 마이클과 그의 아내 레이니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변 인물들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레이나에게 이 사건은 끔찍한 고통이고 반드시 해결해야할 일이지만 국가에게는 우선순위를 따지면서 협상을 해야 하는 정치적 이슈고 미디어에게는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일인 동시에 대중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뉴스거리다.

‘두 개의 방’은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비극을 잘 보여준다.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존의 권리를 보장받아야할 개인이 그것을 보장받지 못한 채 무력감에 사로잡힌 전체의 일부분일 뿐인 이용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1980년대에 나온 이 작품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중동지역에서 빈번히 납치를 당해 희생당하던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고 사람들은 이를 계기로 정부를 신뢰하지 못했다. 리블레싱 작가는 이런 문제를 ‘두 개의 방’을 통해 관객 앞에 섰다.

테러라는 한 사건이 행복했던 부부를 가장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그들의 힘만으로는 서로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뿐더러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정부의 제지로 인해 언론에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는 이야기는 개인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국가를 위해 개인이 존재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준다.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가는 장소인 ‘두 개의 방’은 두 사람의 정서적 유대와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매개체로 존재한다. 완전히 다른 공간에 갇혀버린 마이클과 레이니가 시간과 공간을 추월해서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인 셈이다.

마이클에게는 고통의 감옥이지만 그의 아내와 마음을 통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고 레이니에게는 남편이 현재 감당해야만 하는 고통을 공감하고 그를 느낄 수 있는 방으로 결국 ‘하나의 방’이다.

위기에 빠진 이를 지켜내려는 인간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숫자와 이슈, 힘과 전략만으로 소수를 통제하는 정부와 미디어의 강제적인 방식은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과 대비돼 더욱 도드라지게 추악한 모습이 드러난다.

‘두 개의 방’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사건에 작가의 비판적인 사상을 담고 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가장 평범하고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을 녹여낸 작품이다. 오는 11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