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말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게스트를 물어뜯으며 비밀을 파내고 폭로를 하거나 아니면 게스트가 신나서 이야기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자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후자의 형태를 취할 때가 많다.
특히 최근 방송한 ‘불타는 라스 특집’은 김국진과 그의 연인 강수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여러 가지 질문이 오고 갔지만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게스트인 강수지 본인이었다. 그는 “(김국진이) 나를 데리고 오겠다고 해서 그 말 지켜주려고 나왔다”며 묻는 말에 성실하게 대답했고, 단순한 답변을 넘어서서 예상치 못할 답변으로 MC들을 놀라게 했다. 때문에 이번 ‘라디오스타’는 자극적이고 과격한 느낌 대신 사랑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날 MC들이 “김국진은 표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지 않나”라고 물어보자 강수지는 “아니다. 워낙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김국진은 한 500년 정도 된 나무 같다. 흔들림이 없다. 부드러움과 강함 반반이 있다. 그게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국진이 해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은 뭐가 있냐?”라는 질문에는 “‘보이지 않는 걸 믿는게 중요한 것이다. 안 보이는 것까지 믿어주는 게 정말 믿음인 것 같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쉽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술술 꺼내놓았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에 MC들이 당황하자 강수지는 “내가 ‘라디오스타’에 나온 이유가 있지 않나”라며 “김국진은 이런 말 죽을 때까지 안할 사람이라 내가 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라디오스타’에서 끊임없이 칭찬과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면 MC들이 태클을 걸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한다. 강수지와 김국진의 에피소드에 시종일관 김구라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역전된 이런 상황은 물고 뜯을 때와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최근 개그맨 김준현, 문세윤, 유민상, 김민경 등이 출연했던 ‘함부로 배터지게 특집’에서는 MC 규현이 “이수지가 김준현을 몰래 짝사랑했다”고 운을 떼자 이수지는 “10년 전에 프로그램에서 만났는데, 내가 좋아했다. 내 이상형이 덩치가 있는 사람이다. 친구들에게 김준현 오빠 괜찮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라디오스타’의 공식 화법인 물어뜯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함부로 배터지게 특집’에서 김구라는 "지난번에 김영희한테 물어보니까 여자들이 김준현은 좋아하는데 유민상은 싫어하더라. 여자들이 유민상은 낯빛이 안 좋고 못 생겼다고 하더라"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또한 사이먼 도미닉, 그레이, 지코, 이선빈 등이 출연한 ‘핫해 핫해 특집’에서는 당시 공개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지코 덕분에 공개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구라는 쌈디에게 "그 친구와 결별한 지 꽤 됐는데, 공개를 안 한건지 연애를 안 한건지 모르겠다. 이제 공개 연애는 안 하는 건가. 힙합신에서는 공개 연애가 대세 아닌가?"라고 끊임없이 돌직구 질문을 던져 게스트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스트와 주제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라디오스타’ 측에서 지향하는 말하기 방식은 무엇일까. ‘라디오스타’의 황교진 PD는 엔터온뉴스에 “게스트들이 난처해할 수는 있지만, 공격하는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내용을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불타는 라스 특집’의 게스트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나갔다고 하더라도 사랑스러우셨을 것이다. 게스트의 특징인 것 같다. 게다가 ‘불타는 라스 특집’은 분위기가 따뜻해서 더 공격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식구 이야기라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타일을 가져갔다. MC들이 게스트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솔직하게 꺼내놓게 하고, 우리가 강해보임으로서 게스트를 호감으로 보이게 한다. 김구라도 그냥 축하한다며 단순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외박 이야기를 꺼낸다든가 하면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짓궂은 장난을 쳤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과감하고 남성적이라는 것이다. 쿨하지만 ‘츤데레’다”며 “편집은 가감하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