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 이유 '양심적 병역거부' 항소심 첫 무죄 판결…대체복무 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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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방송 캡처

종교적 신념 이유 '양심적 병역거부' 항소심 첫 무죄 판결…대체복무 논란 예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일명 양심적 병역 거부가 무죄라는 첫 항소심 판결이 내려졌다.

유·무죄 판결이 엇갈린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처음 무죄가 선고돼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이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오늘(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2명은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설명했다.

이어 "종교·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군 면제 사유가 다양한데 양심적 병역거부도 여기에 포함된다"라며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거나 특혜 요구가 아닌 종교적 양심에 의한 의무 부담을 요구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국가는 소수자 권리 주장에 인내만 요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선진국 사례를 볼 때 현실적 대책(대체복무제)이 있는데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부분 실형(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라며 "이는 '타협 판결'이다. 떳떳하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은 입영 통지를 받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은 최근 부쩍 늘고 있는데 "독실한 신자에게 병역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최근 1년간 광주, 수원, 인천 등 법원에서 무죄 판결 9건이 나온 바 있다.

한편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변호한 오두진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법원이 최근 늘었지만, 항소심 무죄 선고는 처음이다"라며 "법관 양심뿐만 아니라 수감된 병역 거부자 400명의 양심을 존중하는 국제표준에 부합한다"라고 전했다.


한은숙 기자 esh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