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기획…영화 여주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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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덕혜옹주' '아가씨' '국가대표2'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여주인공 영화가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과 달리 ‘여주인공 영화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자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는 필요하다.

여성 주인공의 영화들이 보편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들만이 가진 특성은 여성 관객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여성 원톱 영화인 ‘덕혜옹주’ ‘아가씨’ ‘굿바이 싱글’ ‘국가대표2’, 그리고 작은영화 ‘범죄의 여왕’, ‘널 기다리며’, ‘죽여주는 여자’ 등은 남배우들이 주로 출연하는 스릴러뿐만 아니라 여배우만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 다뤘다. ‘덕혜옹주’는 실존인물인 옹주의 이야기를, ‘굿바이 싱글’은 미혼모와 임산부, ‘범죄의 여왕’은 스릴러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국가대표2’와 최근 크랭크인 한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여자들의 의리를 다뤘다.

또한 남성 영화가 대부분인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주인공 영화를 한다는 것은 다양성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공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변모하려는 시도가 영화계에 필요한 것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기존에 남자들이 이야기 했을 때와 또 다른 결로 영화가 만들어진다. 특히 광화문시네마에 소속된 감독들은 올해 ‘굿바이싱글’ ‘범죄의 여왕’, 그리고 개봉을 앞둔 ‘소공녀’까지 연속 3편 모두 여자 주인공을 앞세웠다. ‘범죄의 여왕’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한국형 히어로 아줌마가 주인공이며, “아줌마가 해결해줄게” “내가 엄마 해줄게”라는 여자만이 할 수 있는 대사를 선보인다.

이요섭 감독은 여성 단독 주연 영화를 만든 이유로 "그동안 장르 영화는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 이야기가 많았다. 이야기의 시선을 바꿔서 생각하다 보니 여성 원톱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성을 바꿨을 뿐인데 이야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연출자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남자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나 노인, 여자에게도 열려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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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굿바이싱글' '범죄의 여왕' '죽여주는 여자' 포스터

배우 심은경이 원톱 주연을 맡았던 영화 ‘널 기다리며’는 사실 시나리오 상 남자가 주인공이었다. 모홍진 감독은 심은경을 믿고 과감하게 성별을 바꿨다. 모 감독은 “심은경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알고 나서 과감하게 바꿨다. 남자가 주인공이었을 때는 대결이 격하면서 재밌을 것 같았는데, 심은경이 이 캐릭터를 맡으면 새롭고 매력적이고 다른 스릴러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고, 이에 심은경은 “이런 캐릭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꼭 연기하고 싶었다. 과감하게 설정을 바꿔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촬영에 한창인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제작사 스톰픽쳐스코리아는 여주인공 영화를 만드는 이유로 “여배우 영화라는 틈새 마켓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 캐스팅이 힘들었을 때는 스토리가 괜찮으니 주인공을 남자로 바꾸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에 남자는 모두 알지만 여자들은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코믹한 장면이 있다. 이런 재밌는 설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남자로 바꾼다면 너무 뻔한 영화가 될 것 같았다. 스토리만 재미있다면 관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봤다. 여자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영화들에서 남자들이 온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여자들은 사건에 방해되는 존재 또는 부수적인 존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아니면 여자들은 언제나 드라마나 보고 희생하고, 복수를 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영화는 대중문화의 하나로, 대중을 학습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쪽 성만 대변하는 영화 시장은 결코 건강한 문화를 재생산 하지 못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