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한 해에 많은 한국영화가 만들어지지만, 그 영화들의 주연은 대부분 남자다. 여자 주인공 작품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은, 시장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곳에 설 사람들의 위치도 흔들린다.
이 때문에 현재 충무로에서의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정 영화의 선호도가 낮은 것은 흥행과 관련이 있기도 하다. 관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여자 주인공 영화의 선호도는 정말 낮은 것일까.
최근 여성 원톱 영화를 촬영한 한 제작자는 “투자자들 시각에서는 여자 주연 영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있다. ‘암살’처럼 멀티 캐스팅으로 여성이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아닌 이상 여배우들에게 100억씩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100위권 안에 든 작품 가운데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작품은 7위 ‘암살’, 23위 ‘수상한 그녀’, 33위 ‘써니’, 51위 ‘미녀는 괴로워’, 58위 ‘덕혜옹주’, 98위 ‘아가씨’가 있다. 이외에는 ‘댄싱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귀향’, ‘친절한 금자씨’, ‘하모니’, ‘오싹한 연애’, ‘마더’ 등이 200위권 안에 들었다.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다.
선호도가 낮은 것은 현재 한국영화 관객이 찾는 영화 스타일과 관계 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하는 장르는 범죄스릴러다. 최근 기대작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 ‘밀정’이나 ‘아수라’ ‘마스터’ 등은 주로 거친 느낌을 갖는 작품이었다. 이런 톤앤매너를 갖기 위해서는 여배우보다는 남배우를 쓰는 것이 더 맞다는 이야기다. 여배우는 주요 장르인 범죄스릴러를 제외한, 한정적인 작품에서 활동하게 된다.
물론 범죄스릴러 장르에 여배우들이 캐스팅 되기도 한다. 현재 촬영 중인 작품 중에는 배우 이시영이 원톱을 맡은 영화 ‘오뉴월’, 배우 강예원-한채아가 투톱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있다. 이외에도 올해에는 배우 심은경이 ‘널 기다리며’를, 강예원이 ‘날, 보러와요’를 찍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대부분 저예산 영화다.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든 ‘널 기다리며’가 30억이며, 나머지는 그 미만이다.
진종훈 문화평론가는 “여성을 조명할 수 있는 영화 주제가 없다. 로맨스 등에서는 당연히 상대 여배우가 필요하지만, 다른 장르에서는 굳이 여자가 아니어도 남자배우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다만 올해 흥행했던 ‘덕혜옹주’나 곧 방송할 드라마 ‘신사임당’처럼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면 여배우들의 설 자리도 많아질 것이다”며 “여배우들의 이야기도 어차피 우리 살아가는 사회나 환경에서 맞춰서 나아가야 한다. 소비자인 관객들은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희망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덕혜옹주’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안 좋았을 때 개봉했다면 더 흥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배우들은 있지만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할 뿐, 아예 영화 자체에서의 활약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국제영화제 관계자는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크다. 로맨스가 영화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는 관객들이 관람료 상승 등의 원인으로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시각적 쾌감이 큰 영화만 극장에서 보고, 잔잔한 영화는 집에서 다운로드 등을 통해 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