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독립성’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부산시와 갈등을 겪었다. 영화인들은 예술에 대한 외압을 비판했고, 부산시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영화인의 축제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에 많은 영화인들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지 않았다. 먼저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절반이 보이콧을 철회했고, 절반은 보이콧을 유지했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만 해도 많은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수놓았지만, 이번엔 많지 않았다. 물론 참석해서 자리를 빛낸 배우도 있다.
사실 참석 여부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영화인이라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원하는 마음은 똑같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 중 배우 김의성과 배우 겸 감독인 양익준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들은 특별한 행동들도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했다.
최근 양익준 감독은 자신의 SNS에 ‘크레이지 코리아, 크레이지 부산’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양익준 감독은 개막식 전에 치러진 개막작 ‘춘몽’의 기자간담회에서 “나도 영화를 하는 사람이고, 글 올린 것은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라며 “예전에 나는 단순히 영화를 좋아하는 꼬맹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관련해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꼬맹이가 아니라 그 거미줄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생각 같으면 시청 앞에서 속옷만 입고 시위를 싶은데 그게 합당한가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표현이 중요한데 우리는 이를 차단당하는 무시무시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선택할 때 누군가가 강제로 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모는 자식의 선택을 바라봐줘야 한다. 그들은 그런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뭐 만드는 사람들이 왜 이런 것을 신경 써야 하나”며 “다들 자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외압에 대해 쓴 소리를 뱉었다.
이어진 개막식 레드카펫에서는 김의성이 BIFF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손글씨 피켓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이라는 팻말을 들고 등장했다. 의미 있는 1인 퍼포먼스였다. 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하면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런 행보에는 김의성의 고민이 많이 들어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순탄하게 개최되는 것은 물론,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요구한다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국내외에 알리게 됐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한켠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가장 많은 유동 인구가 있는 비프힐 광장에서는 독립성 유지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유리 탑 ‘아이 서포트 비프’가 세워져 영화팬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가 유동 인구를 고려해서 장소를 준비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비프힐에 사람이 많이 몰리고 있지만, 태풍으로 해운대 광장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해운대 쪽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아니라 부산에 있는 젊은 예술감독님들이 먼저 제안을 하셨고 작업을 했다. 콘텐츠는 우리가 일부 줬으며, 감독님들이 섭외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감독님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을 때,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왜 우리가 먼저 하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어 “우리는 지속적으로 자율적인 운영과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에 대해 줄기차게 이야기해왔었다. 올 7월에 정관개정도 했고, 사단법인으로서 모습도 갖췄다. 많은 피를 흘렸지만 앞으로도 표현의 의지를 밝힐 것이고, 이것이 영화제를 운영하는 가장 기본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의성, 양익준이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언행을 한 것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존중한다. 영화제에 보이콧을 한 사람과 철회한 사람들이 있지만, 표현만 다를 뿐, 그 어느 측의 의견이든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적인 운영과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의 액션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