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샤우팅 중계의 귀재 한명재, 차분하고 위트 있는 중계가 돋보이는 정병문, 안정적이고 귀에 쏙쏙 박히는 축구 중계가 일품인 신승대.
케이블 스포츠방송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 라인업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이들 모두 스포츠 중계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은 베테랑 아나운서들로, 각자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MBC스포츠플러스를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의 뒤를 잇는 ‘젊은 피’ 정용검 아나운서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3년 전부터 차츰 비중 있는 스포츠 경기들을 중계하기 시작한 그는 이제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시즌 전 경기를 풀타임 출전한 운동선수처럼 정용검 역시 프로야구, MLB, 프로농구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중계해왔다. 피곤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할 정도다. 그래도 꾸준히 농구를 즐겨 체력을 단련시킨 덕분인지 특별한 건강 트러블은 생기지 않았다.
“체력 관리가 안돼서 몸이 힘들어요. 일 없는 날 푹 쉬려고 하죠. 저는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매주 화요일마다 ‘신영이엔씨’라는 연예인 농구팀과 함께 농구를 해요. 유명한 연예인으로는 플라이투더스카이 환희 씨, UN 최정원 씨, 배우 김지훈 씨 등이 있어요. 다 같이 재밌게 하고 있어요.”
지난 2011년 MBC스포츠플러스에 입사한 정용검은 올해로 6년차 캐스터가 됐다. 경험이 부족했던 초반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계에 능숙해졌다.
“그래도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방송할 때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어찌 됐건 5~6년 동안 중계를 봐왔던 게 있고, 중계방송도 많이 하다 보니까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도 좋아졌어요. 가장 큰 수확은 어떻게 중계를 해야 팬들이 좋아하는 지 약간은 깨달았다는 거예요. 지금도 확실히는 잘 모르지만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능력 있는 캐스터라도 인간인 이상 생중계를 하면서 실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정용검 역시 생중계 도중 실수를 하면서 성장했다.
“중계를 마칠 때 해설위원 분들의 성함을 종종 까먹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직접 말해주시죠’ 이런 식으로 넘어간 적도 있었죠. 또, 야구 중계를 하면서 ‘타구 오른쪽으로 갑니다’라고 말한 후 ‘좌익수가 잡았습니다’라고 한 경우도 있어요.(웃음) 예전에는 실수해서 선배들에게 혼나는 게 많이 두려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경력이 되니까 실수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정용검의 꿈은 원래 아나운서가 아닌 드라마 PD였다. 스포츠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려는 꿈은 대학교 4학년이 돼서야 꾸게 됐다.
“드라마 PD가 꿈이라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어요. 군대 전역하고 나서 단편 영화도 찍고, 여러 활동을 했었는데 드라마를 만들기에는 약간 창의성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가 학교 다니면서 댄스팀에도 있었는데 그때 행사 사회도 많이 봤고, 여러 차례 사회 제의가 들어와서 하다 보니 점점 재밌었어요. 대학교 4학년 한 학기 남겨뒀을 쯤에서야 졸업하고 아나운서 쪽으로 진로를 정하게 됐어요. 또, 제가 스포츠를 좋아했으니까 자연스럽게 이쪽 일을 하게 됐죠.”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할까. 정용검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캐스터들이 중계를 어떻게 하는지 많이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많이 보고, 그 종목을 어떻게 하는지 일단 한 번이라도 따라 해봐야 하는 게 좋아요. 특히 소리가 정말 중요한데 방송으로 보는 팬들을 함께 흥분시키고 이끌어가는 게 필요해요.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스포츠를 생생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김선신은 정용검의 유일한 사내 아나운서 동기다. 워낙 가까운 사이라 때로는 주변의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정용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친구 이상의 감정은 단 한 번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회사에서도 우리보고 사귀는 게 아니냐고 말씀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선신이와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서로 의지도 많이 하고, 같이 혼난 적도 많아서 친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고, 서로 많이 챙겨주는 편한 친구 사이죠.”
정용검의 꿈은 67년 동안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해온 빈 스컬리(Vin Scully) 같은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다.
빈 스컬리는 지난 2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67년 간 잡았던 마이크를 내려놓았고, 지난달 25일 열린 홈경기에서는 다저스 선수들과 팬들이 그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에 빈 스컬리가 은퇴하면서 든 생각인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들었을 때 ‘저 사람과 함께 야구나 농구를 봤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한국의 스포츠 문화도 더욱 성숙해져서 빈 스컬리 같은 캐스터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기를 바라고, 스포츠 아나운서가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환경이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