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의 흥행 여부는 한 가지 요소로 결정 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성과 기대치다. 그러나 작품이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면 홍보를 가장한 꼼수라도 부려서 관심을 높이려는 행태도 있다. 그 중 성공한 것이 지난 여름 ‘부산행’과 ‘나우 유 씨 미2’였다. 성공한 선례가 있어서일까. 논란이 된지 얼마 안 되어 또 유료 시사회가 판을 치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개봉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브릿짓 존스의 베이비’은 지난 주말 유료 시사회를 진행했다. 때문에 이 작품들은 개봉도 하지 않은 지난 주말인 24일, 25일에 각각 340개의 스크린에서 4만 7392명과 4만 3135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6, 7위를 기록했다.
340개 스크린 수는 절대 적은 것이 아니다. 역주행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영화는 개봉 첫 주에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다. 스크린 확보도 필수다. 그 주에 개봉했던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가 개봉 첫 날 172개의 스크린을 확보했으며, 주말에는 250~263개 스크린을 차지한 것을 보면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과 ‘브릿짓 존스의 베이비’ 측의 욕심이 얼마나 과했는지 알 수 있다.
두 영화는 이런 꼼수 이전에 좋은 영화로 불렸던 작품들이다. ‘브릿짓 존스의 베이비’는 12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물로서 향수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줄 작품이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재난 상황에서도 탑승객 155명을 전원 생존시킨 캡틴 설리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세월호 사건과 정 반대되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영화 외적인 요소가 행패에 가깝다면 분명 좋은 이미지로만 기억되지는 않는다.
이와 반대로 ‘아수라’는 유료 시사회 등의 효과 없이도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미리 시사회를 하면 예매율이 높아진다. 라이벌로 생각한 작품이 시사회를 하지 않는 경우엔 예매율 부분에서 더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일 때를 말할 뿐,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과 ‘브릿짓 존스의 베이비’가 미리 예매율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수라’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은 따라올 수가 없었다.
심지어 ‘아수라’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이기 때문에 10대도 볼 수 있는 두 작품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봉 전날인 27일 오전 ‘아수라’는 예매율 65.1%로, 청소년 관람불가 흥행작인 ‘아가씨’ ‘친구2’ ‘내부자들’ ‘신세계’가 기록했던 예매율 수치마저 넘어서며 기대감을 더했고, 예매율은 개봉 이후 매출액 점유율로 그대로 이어졌다.
개봉 첫 날인 28일 ‘아수라’는 매출액 점유율 67.4%, 1262개 스크린에서 하루 동안 46만 2948명을 모아 1위를 차지했다. ‘브릿짓 존스의 베이비’는 매출액 점유율 5.7%, 438개 스크린에서 4만 734명을,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매출액 점유율 4.7%, 535개 스크린에서 3만 2291명을 모아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아수라’처럼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지 않았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477개 스크린에서 7만 8762명을 모아 2위를 차지했고, ‘밀정’이 516개 스크린에서 4만 1891명을 모아 3위를 차지하며 개봉 4주째 꾸준히 지키던 1위 자리를 내줬다.
결국 잘 될 작품은 꼼수를 쓰지 않더라도 잘된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과 ‘브릿짓 존스의 베이비’가 유료 시사회 당일인 주말에는 예매율을 높이고 관객도 모았지만, 그뿐이었다. 바로 앞만 내다본 트릭은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