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메아리] 아이돌 멤버 중 한명이 ‘배우님’ 되는 순간…“팀 활동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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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시크릿 멤버 한선화가 소속사인 TS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동시에 팀에서도 탈퇴했다. 2009년 데뷔했으니, 시크릿도 7년차 아이돌 그룹의 저주에 빠진 셈이다.

한선화는 시크릿을 초반에 알린 존재였다. 정식 데뷔도 하기 전에 KBS2 ‘청춘불패’에 출연해 팀명을 알렸다. 이후 그룹 멤버로 활동하다가 2014년 이후에는 연기자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사실 이 시점이 시크릿 완전체 활동의 마지막이다.

아이돌 그룹이 해체 혹은 불안한 조짐을 보일 때는 멤버 중 한두 명이 연기자의 길을 선택하거나, 솔로의 길을 확실하게 보여줄 때다. 후자의 경우에는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그룹으로서의 가치도 동일하게 부여할 수 있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균열이 좀 더 깊고 빠르게 진행된다.

아이돌 출신이고 막내 급이긴 하지만 보통 이들은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서 조연급 이상의 자리를 꿰찬다.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한두 작품이 속칭 ‘대박’이라도 나면, 배우로서 몸값은 상승한다. 영화제에서 대우 받으며 레드카펫이라도 밞는 날이면, 이미 자신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어느 정도 바뀌었음을 느낀다.

그런 대우를 받는 상황에서 다시 팀으로 돌아와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수 시간 기다리며, 여러 선배나 관계자들에게 깍듯이 인사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팀에 융화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간, 공간적으로도 불가능한 상황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으로 인해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주(主)와 부(副)가 바뀌는 순간, 가요 스케줄이 배우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는 이미 앞서 엠블랙 이준, 미쓰에이 수지, 애프터스쿨 유이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멤버들이 배우로서 얼굴을 자주 비추고 몸값이 올라가기 시작한 순간, 팀은 지지부진 되는 상황이 생긴 사례다.

물론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면서 배우로서, 아이돌 가수로서 역할을 해나가는 그룹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팀명만 유지가 되거나, 사실상 활동이 휴업상태인 경우지, 소녀시대나 투피엠과 같은 그룹들은 흔치 않다.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배우로 활동하는 멤버가 생기고, 그 멤버가 인지도가 올라가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대우를 할 수밖에 없다. 우선 그들이 어느 순간 만나는 이들이 같은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아닌, 배우들이다. 소속사에서, 주변에서, 현장에서 어떻게 대우를 받는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소속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에 준하는 대우를 해줄 수밖에 없다. 그룹 내에서만 활동하는 멤버들과 당연히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팀을 유지하고자, 멤버 개인의 선택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 길을 소속사나 팬이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큰 불화나 소송으로 얼룩져 나오지 않는 이상에는 양 측의 선택을 모두 존중해주는 게 맞다.

단지 아쉬운 것은 자신이 속한 팀을 좋아했던 팬이나 대중들을 위해 어느 정도 배려다.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100% 옮기기 전, 가수로서 마무리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배려 말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