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앨범의 역사┃서태지] ‘명불허전’ 문화 대통령, 전설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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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대한민국 가요계는 서태지와 아이들(서태지, 양현석, 이주노)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도 서태지는 거의 모든 곡들을 직접 작사ㆍ작곡했다. 데뷔곡 ‘난 알아요’부터 ‘하여가(何如歌)’, ‘발해를 꿈꾸며’, ‘교실 이데아’, ‘컴백홈(Come Back Home)’ 등 서태지와 아이들의 수많은 명곡들은 모두 서태지의 손에서 탄생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지난 1992년 데뷔해 1996년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총 4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단 4년 동안의 활동이었지만 가요계에 남긴 임팩트는 너무나도 컸고, 이들의 노래와 명성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팀 해체 후 솔로로 나선 서태지는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항상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을 선보였던 그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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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집 - ‘난 알아요(Yo! Taiji)’

전설의 시작이었다. 지난 1992년 1집을 발표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당시 발라드와 트로트, 멜로디만 있는 댄스 음악이 전부였던 가요계에서 랩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의 댄스곡 ‘난 알아요’를 선보이며 데뷔했다.

대중의 반응은 엄청났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해 열린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모든 상을 싹쓸이했고, 데뷔 앨범으로는 최다 판매량인 180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타이틀곡 ‘난 알아요’는 요즘 음악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세련된 도입부와 ‘난 알아요 이밤이 흐르고 흐르면’으로 시작하는 랩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이 곡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명 ‘회오리춤’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1집에는 ‘난 알아요’ 외에도 ‘환상속의 그대’,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이밤이 깊어가지만’ 등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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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집 - ‘하여가’

서태지와 아이들은 새로운 음악 트렌드뿐만 아니라 가수들의 휴식기와 활동기 개념을 처음 만든 팀이다.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1집 발표 후 이듬해 6월 정규 2집 ‘하여가’를 발매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역시 모든 음악방송 1위를 휩쓸었으며, 국내에서는 최초로 22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태지는 타이틀곡 ‘하여가’에 태평소 가락을 추가하며, 힙합ㆍ댄스와 국악의 접목을 시도했다.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이 곡은 지난 2013년 방송한 tvN ‘응답하라 1994’ 오프닝 곡으로 쓰이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활동이 생각나지 않는 어린 세대들에게도 익숙하다.

2집은 수록곡들도 매우 유명하다. 가수 성시경이 ‘응답하라 1994’ OST로 리메이크해서 부른 발라드곡 ‘너에게’와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 ‘우리들만의 추억’을 비롯해 ‘마지막 축제’, ‘수시아(誰是我)’, ‘죽음의 늪’ 등 앨범 전곡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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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집 - ‘발해를 꿈꾸며’

서태지는 그저 좋은 음악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 사회 이슈들을 노래에 반영해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 지난 1994년 8월 발표한 정규 3집 ‘발해를 꿈꾸며’는 기존 앨범들보다 대중성은 부족했지만 사회 비판 메시지가 강하다.

타이틀곡 ‘발해를 꿈꾸며’는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바라는 내용을 담은 곡으로,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었다. 수록곡 ‘교실 이데아’는 당시 획일화되고 융통성 없는 주입식 교육을 강도 높게 비판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3집 역시 16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을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기존에 선보였던 댄스곡들에 비해서는 대중성이 약해 일부 팬들은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100대 명단에 포함될 만큼 완성도 높은 앨범이었다.

또, 3집은 서태지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만든 앨범이라는 괴소문이 당시 떠돌았다. ‘교실 이데아’를 역방향으로 재생했을 때 ‘피가 모자라’라는 악마의 메시지가 들린다는 소문이 급격히 확산됐고, 시사프로그램들까지 나서 이를 취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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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집 - ‘컴백홈’

지난 1995년 10월 공개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앨범인 정규 4집에서는 당시 한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갱스터 힙합을 새롭게 선보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상징하는 노래이자 4집 타이틀곡 ‘컴백홈’은 갱스터 힙합 장르의 곡으로, 가출 청소년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밖에도 록 음악 ‘필승(必勝)’과 가사가 논란이 됐던 ‘시대유감(時代遺憾)’ 등이 이 앨범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4집 활동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해체 및 은퇴 선언을 했다. 이후 서태지는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고, 솔로 앨범 작업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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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집 - ‘Seo Tai Ji’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칩거했던 서태지는 지난 1998년 7월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자 정규 5집 ‘서태지(Seo Tai Ji)’를 발표했다.

연주곡 ‘마야(Maya)’, ‘라디오(Radio)’, ‘로드(Lord)’를 제외한 수록곡들은 모두 별다른 제목을 붙이지 않았고, 서태지는 이 앨범을 통해 솔로로서 추구하는 음악이 록이라는 걸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서태지는 혼자 앨범 전곡을 작사ㆍ작곡한 것에 그치지 않고, 편곡까지 도맡는 일명 원맨프로덕션으로 5집을 구성했다. 1998년도에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팬들이 서태지 앨범 가운데 으뜸으로 꼽는 음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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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집 - ‘울트라맨이야’

미국에서 4년 동안 꼭꼭 숨어 지내던 서태지는 지난 2000년 8월 입국하며 오랜만에 국내 취재진과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입국 현장에는 3000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 공항 일대가 마비되기도 했다.

당시 발표한 정규 6집 ‘울트라맨이야’는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강렬한 메탈 음악을 집대성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울트라맨이야’를 비롯해 ‘오렌지’, ‘인터넷 전쟁’ 등 서태지만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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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집 - ‘7th Issue’

6집 발표 이후 약 4년 가까이 공백기를 가졌던 서태지는 지난 2004년 정규 7집 ‘7th Issue’를 발표했다.

직전 앨범에서 주로 하드한 음악을 선보였다면 7집 앨범은 서태지가 ‘감성코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예전보다 한결 가벼워졌다. 타이틀곡 ‘라이브 와이어(Live Wire)’는 서태지표 록 음악에 대중성까지 가미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사회 문제를 노래에 반영했다. 7집 앨범 또한 사회 비판 메시지가 강했는데 4번 트랙에 수록된 ‘빅팀(Victim)’은 무분별한 낙태 문제를 지적해 대중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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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집 - ‘Seotaiji 8th Atomos’

7집 발매 후 또 다시 장기간의 공백기를 가졌던 서태지는 지난 2008년 두 장의 싱글을 공개했고, 2009년 여덟 번째 정규 앨범 ‘아토모스(Atomos)’를 발표했다.

총 12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서태지가 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만큼 퀄리티가 뛰어나다.

공식적인 타이틀곡은 8번 트랙 ‘아침의 눈’이지만 1번 트랙 ‘모아이(Moai)’가 대중적으로 더 많은 인기를 모으며, 8집 앨범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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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집 - ‘Quiet Night’

서태지가 가장 최근에 발매한 정규앨범인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는 치열한 사운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한 음반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동화책이라는 콘셉트로 구상된 이 앨범은 서태지가 거의 대부분의 곡을 기타가 아닌 건반을 이용해 작곡했다.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Chirstmalo.win)’은 서태지가 어른들을 위해 만든 동화로, 세상에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한 노래다. 기존 서태지가 선보였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실험적인 멜로디 구성이 돋보인다.

이 밖에도 가수 아이유와의 협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소격동’, 서태지가 미국 서부 조슈아 숲을 비롯한 북아메리카를 여행한 후 느낀 감상을 토대로 만든 ‘숲 속의 파이터’ 등이 유명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 / 디자인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