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스포츠’라이트|김선신②] “스포츠 아나운서? 백조 같은 직업… 멘탈 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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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훈 기자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그라운드와 코트의 꽃이라 불리는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 겉으로 봤을 때 화려하게만 보이지만 그만큼 스포츠에 애정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 전문가 못지않을 정도로 해박한 야구 지식을 가진 김선신이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야구를 접하기 시작한 건 대학교에 입학한 후부터였다. 그때 야구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면 지금의 김선신은 없었을 수도 있다.

“중학생 때 부모님이 야구장에 데리고 가주신 적 있어요. 그때가 제 인생 첫 야구장 방문인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어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욕을 하고, 아저씨들이 맥주를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죠. 대학생이 된 후에는 저랑 친했던 친구들이나 같이 놀았던 오빠들이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 같이 야구를 많이 보다 보니까 웬만한 규칙은 그때부터 익혔던 것 같아요. 야구에 대해 깊게는 몰라도 야구장이 활기차고 재밌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죠.”

야구뿐만 아니라 김선신은 최근 골프 삼매경에 빠져 있다. 문자 메신저 배경화면도 샷을 날릴 준비를 하는 본인의 사진으로 설정해놨을 정도로 골프 사랑이 대단하다.

“골프를 틈틈이 배웠는데 아직 잘 치지는 못하지만 재미가 붙었어요. 얼마 전 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 땄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었죠. 또, 이번 겨울에는 시간 내서 당구도 제대로 배워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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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스포츠플러스에 입사하기 전 김선신은 초등학교 교사라는 독특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교대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갑자기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무엇일까.

“교대에 입학하고 교사 준비를 하면서 어느 시점부턴가 저 스스로 되묻는 시간이 많았어요. ‘너 60년 동안 이 직업만 해도 후회 안하겠어?’, ‘인생 살면서 이 직업만 하다가 죽어도 후회 안할래?’ 이런 질문들을 수없이 제게 던졌죠. 그러면서 아나운서 꿈을 꿨다가 접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실패해도 좋으니까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교사직을 관두고 이쪽 일을 하게 됐어요.”

과감하게 진로에 대한 결단을 내린 김선신은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아나운서를 준비했고, 지난 2011년 MBC스포츠플러스에 입사했다. 항상 밝게 웃고 있어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지만 그에게도 슬럼프는 2년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뭣도 모르는 햇병아리처럼 방송했다면 2년차 때는 더 잘하고 싶은데 내가 내 방송을 봐도 발전한 모습이 없고, 신입 때보다도 못한 것 같아 힘들었어요. 그 후에도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권태기에 빠진 것 같아 고민이었죠. 제가 나태해졌다고 느낄 때마다 스스로 채찍질을 엄격하게 하는 편이에요.”

올해로 6년차인 김선신은 신입 때만 해도 선배들에게 많이 혼나는 후배였다. 고참 급이 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당시 선배들이 개인 시간을 이용해 후배의 방송 모니터를 해줄 만큼 본인에게 애정이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저는 후배들 모니터까지 하면서 혼낼 성격은 안 되는 것 같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처럼 주로 칭찬을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너무 많이 혼내면 위축이 되는 걸 잘 아니까 조금 부족한 점이 있어도 후배들의 장점을 더 띄워주려고 합니다.”

MBC스포츠플러스에는 현재 김선신 외에도 배지현, 박지영, 구새봄, 장예인 등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여럿 있다. 김선신은 모든 후배들을 아끼지만 그중에서도 박신영 아나운서에게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박)신영이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둘 다 화장을 연하게 하면 자매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죠. 신영이한테 특히 더 애정이 가는 이유는 마치 몇 년 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제가 사회 초년생 때 했던 고민들을 신영이가 똑같이 하고 있는데 도와주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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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김선신은 올해 나이로 30세가 됐다. 슬슬 결혼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가 된 게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지만 아직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추석에는 집에 안 갈 거예요.(웃음) 한국 사람들은 30대가 되면 결혼 얘기를 많이 하는데 주위에 30대임에도 아직 미혼인 아나운서들이 많아요. 물론 저도 딱히 계획은 없고요.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우선이지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 20대 여성 취업 준비생들에게 스포츠 아나운서는 선망의 직업이 되고 있다. 특히 김선신은 이들의 대표적인 롤 모델이다. 그는 업계에 먼저 발을 내딛은 선배로서 포스트 김선신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제 SNS에도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의 글들을 많이 받고 있어요. 웬만하면 답장을 다 해드리는데 가장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마음이 본인에게 있는지 잘 관찰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교사를 하다가 아나운서를 한 게 단순한 결정이 아니었거든요. 과장해서 수천 번 정도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1년 동안 무보수로 아나운서를 해야 해도 할 수 있겠니?’, ‘비정규직에 지방 출장을 많이 가도 정말 할 수 있겠니?’ 이런 스스로의 질문에도 오케이를 할 수 있고, 자신의 꿈이 확실하다면 도전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냥 TV에 나오는 게 화려하고 좋아보여서 무작정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려는 사람들은 정말 본인이 원하는 꿈이 뭔지 관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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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신에게 스포츠 아나운서는 어떤 직업일까.

“진부한 표현이지만 백조 같은 직업이에요. 밖에서 보기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 부러워 보일수도 있지만, 스포츠 아나운서 처우가 아직까지는 그리 좋지 않아요. 또, 여자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좋지 않게 보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기 위해서는 멘탈이 강해야 하는 것 같아요.”

20대 초반 김선신의 꿈은 아나운서가 되는 거였고, 그 꿈을 이룬 후에는 어떤 분야에 대해 인정받고, 많은 사랑을 받는 게 목표였다. 이를 모두 이뤄 행복하다는 김선신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지금은 어떤 걸 이뤄야겠다고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먼 훗날에도 이런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제가 인터뷰했던 선수가 ‘그 누나는 나에 대해 진심으로 이야기해줬는데’, ‘그때 그 아나운서 참 야구 좋아했고, 방송 잘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기쁠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제가 했던 방송의 진정성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김선신은 본인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이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에 결막염으로 아파보니까 팬들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낀 것 같아요. 팬들의 격려 메시지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분에 넘치는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아나운서가 될게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