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대부분의 영화들은 극장에서 막이 내리면 관객의 마음에만 남는다. 하지만 지난 6월 1일 개봉한 영화 ‘아가씨’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살아 있다. 팬들은 아이돌 팬덤이라 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적극적이고, 여기에 제작을 맡은 모호필름과 용필름에서도 피드백을 해주면서 쌍방 소통을 하고 있다.
모호필름은 지난 7월 18일과 28일, 용필름은 8월 10일과 17일에 각각 디시인사이드 ‘아가씨’ 갤러리에 글을 올리며 선물을 인증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용필름은 “아갤(‘아가씨’갤러리의 줄임말)님들 덕분에 '아가씨'가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런 상호 작용은 인터넷으로 교감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현실로 이어졌다. 디시인갤러리 ‘아가씨’ 팬들은 ‘아가씨’의 OST와 블루레이, 그리고 각본집을 요구했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모호필름에 아이돌에게나 한다는 조공 간식을 보내며 “더 미쳐가기 전에 시나리오북 좀 내주면 안 될까? 혹시 시나리오북이 안 팔릴까 걱정일까 괜한 걱정 하지 말라”며 “시나리오북과 확장판 대관하게 해달라”라는 식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리고 이들의 바람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초 ‘아가씨’의 시나리오북이 발간됐고, 정서경 작가는 시나리오북 머리말에 “‘아가씨’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은 나에게 ‘대화의 대상으로서 관객들’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사실 나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나면 한동안 대사들이 한 줄 한 줄 기억이 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속으로 동시에 재생하곤 했다. 아주 오랫동안 그것은 나 혼자서만 하는 놀이였다. 그런데 그 놀이를 다른 여자아이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기뻤는지. 이 서문에서는 그 얘기를 꼭 하고 싶다. 그래서 참 고맙다고”라고 남겼다.
이어 ‘아가씨’의 히데코 버전과 숙희 버전 두 가지로 OST가 발매됐다. OST에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와 같은 명대사부터 엔딩곡 ‘임이 오는 소리’까지 38곡이 수록돼 팬들을 만족시켰다.
확장판도 IPTV와 VOD로 공개됐다. 그리고 CGV아트하우스는 오는 9월1일부터 CGV 압구정,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여의도, 오리, 서면에서 ‘아가씨’ 확장판을 특별상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내부자들’의 확장판이 정식 개봉했고, ‘배트맨 대 슈퍼맨’등의 작품은 VOD로만 확장판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미 VOD로 공개된 작품을 따로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아가씨’ 갤러리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왔다. 확장판의 극장 상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만큼 관심이 아주 높아서 상영을 결정했다. 다른 영화들과 다른 반응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다만 이번 상영은 정식 개봉이 아닌 특별 상영이다. 정식 개봉할 가능성에 대해 CGV아트하우스 관계자는 “이번 특별 상영은 추석을 맞아 특별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정식으로 개봉하는 것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팬들의 반응과 상황을 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자에게 자신의 작품을 재밌게 봐주고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제작자와 팬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이차 상품으로 인해 팬들은 새로운 제품을 소비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제작자들도 자신들의 창작물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