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주간기획┃좀비①] ‘좀비’는 누구인가…할리우드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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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새벽의 저주'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좀비 영화의 시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체들의 새벽’부터 이를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 좀비 블록버스터 '28일 후’,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Z’, 좀비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웜 바디스’, B급 좀비 영화인 ‘좀비랜드’, ‘데드 스노우’까지.

할리우드 좀비물은 다양하게 제작됐고, 대부분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다. 걸어 다니고 뛰어다니지만 사람이 아닌 이들 존재는 스크린을 장식할 소재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좀비는 서아프리카의 민속종교 부두교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기억을 잃은 사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 같이 의식 없이 생활한다.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노예’ 개념에 가까웠던 좀비는 1968년에 개봉한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물의 한 종류로 인식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좀비는 공동묘지에서 등장한다. 사망한 시체들이 다시 살아나 인간들을 살인하고 인육을 먹는데, 장기까지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포 영화로서의 역할을 했다. 다만 이때의 좀비는 빠르지도 않고 강력한 힘을 가지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시체들의 모습이다. 사람을 무는 것 외에도 무기를 이용할 줄 알지만, 불을 무서워하고 머리에 자극을 주면 죽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방사능을 가진 인공위성의 폭발과 관련 있다고 나오지만, 확실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과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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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나는 전설이다' & '월드워z' 포스터

2007년에 개봉한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이 좀비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공격적이며, 심지어 리더십을 가진 좀비까지 나타나 좀비들을 지휘한다. 햇빛마저 두려워하지 않게 된 리더 좀비는 주인공 네빌(윌 스미스 분)처럼 개를 이용하기도 한다.

2013년 개봉한 좀비 블록버스터 ‘월드워Z’에서의 좀비 역시 머리를 쏘거나 더 확실하게 태우는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다. 좀비에게 물리면 필라델피아에선 12초, 한국에선 10분 만에 변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대만에서 시작된 광견병과 한국에서의 바이러스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시작을 알 수가 없다. 다만 좀비가 병균과 추위에 느려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백신을 만들어 희망의 여지를 남긴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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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좀비랜드' & '웜바디스' 포스터

이외에도 2013년에 개봉한 ‘웜 바디스’는 인간의 뇌를 먹게 되면 인간의 기억을 갖게 된다는 설정 하에 좀비가 인간 여자와 연애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2015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미국드라마 ‘아이 좀비’에서는 좀비에 물린 여자가 시체보관소에서 일을 하면서 시체의 뇌를 먹고 죽은 자의 기억을 가진 후 사건을 해결하는 등 기발한 모습을 담기도 했다.

문화평론가이며 에이코믹스의 편집장이자 ‘좀비사전’이라는 책을 펴낸 김봉석 작가는 할리우드에서 좀비물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원래 좀비물은 공포물의 하위 장르였는데 ‘새벽의 저주’ '28일 후’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됐고, 익숙한 소재가 됐다. 게다가 최근 현실에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람들이 죽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종말론적인 이야기에 공감을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지난 1월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 ‘좀비 덕후’로 출연한 정명섭 작가는 “‘부산행’을 보면 인간과 좀비가 구분이 안 되는 부분이 나온다. 인간이 좀비보다 더 이기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서구에서도 인간이 문명의 끝에서는 인간성을 찾는 게 아니라 좀비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리고 농담 삼아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로 마음 놓고 총을 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좀비를 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을까”라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대중들이 좀비물을 찾는 이유에 대해 “좀비는 하층이나 대중들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1대99’ ‘갑과을’과 같은 대립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다른 괴물은 혼자 능력을 발휘를 잘하는데, 좀비는 개개인 자체에 힘이 없으니까 우르르 몰려다닌다. 그 모습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차원적으로 생각하면 정치적이나 사상적으로 편향된 사람이나 주체 없이 매스미디어에 쓸려가는 사람들, 언론에 따라 소비만 하는 인물을 그리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돈에 극단적으로 미친 모습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라며 “좀비에 대해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정의할 수가 없다’밖에 없다. 그래서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변형을 할 수 있고, 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