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이퀄스’] ‘감정 없는 세계’에도 ‘사랑’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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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퀄스'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금지된 사랑’이나 ‘비밀 연애’라고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의 집안이거나 조선시대 출신 성분의 차이로 인한 사랑이 떠오른다. 영화 ‘이퀄스’에서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배경으로 해 ‘금지된 사랑’의 끝을 보여준다.

미래의 감정이 통제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감정을 느끼는 현상을 ‘병’이라고 생각하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약을 먹는다. 병명은 'SOS(감정통제오류)’이다. 이 증상을 겪는 인간은 감정 발달로 인해 노동성과 생산성을 해치는 인간이라며 ‘결함인’이라고 불린다. 결함인들은 암 1기, 2기처럼 단계별로 판정된 후 4기에 이르면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어 죽게 된다. 이때쯤 되면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이 세계는 다른 어떤 세계보다 평안해 보인다. 이들은 언제나 클래식이 흐르는 깨끗한 곳에서, 순백의 의상을 입고 반듯한 모습으로 일을 처리한다. 어느 누구 하나 불만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겐 갈등이나 좋아하는 마음을 느낄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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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퀄스' 스틸

이런 모습은 조지 루카스 감독의 데뷔작인 'THX-1138'(1971)에서 인간성이 말살된 채 오직 생산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 영화는 후에 ‘아일랜드’(2005) 등의 영화에도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이퀄스’의 잔잔한 극 분위기는 최신작인 ‘아일랜드’보다 'THX1138'와 더 닮아 있다.

'THX-1138'의 주인공 THX-1138가 자신이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채자 바로 사제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처럼, ‘이퀄스’의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 분)도 처음으로 낯선 감정을 느끼자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다. ‘감정의 자유’를 알아가기보다 치료제를 기다릴 정도로 이 세계에 익숙해진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사일러스는 자신과 달리 감정을 느끼지만 병원에 가지 않는 감정보균자인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마침내 사일러스와 니아는 통제 속에서도 사랑을 알게 된다. 암이나 감기와 같은 현대병들의 치료제는 모두 개발됐지만, 아직까지 사랑에 대한 치료제는 개발하지 못한 것이다. 감정 억제 치료를 받지만 둘의 마음은 점점 커져간다.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해 탈출을 결심한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우리가 ‘정상’으로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보내며, 인간의 본질인 ‘감정’과 금지된 사랑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둘이 사랑을 느낄 때, 하얗고 차가웠던 배경 색감은 오색 빛으로 변하면서 혼란스러움과 살아있음을 표현한다.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 이들의 눈빛 하나, 행동 하나는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이 교감하는 과정은 더욱 섬세하고 애틋하다.

니콜라스 홀트는 ‘웜 바디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에서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적 있다. ‘이퀄스’는 앞선 영화보다 겉으로 보기엔 가장 현실에 가깝지만, 감정적으로 현실에서 가장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낯설고 특별하다. 두 배우는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짙은 내면 연기를 소화하며 케미스트리를 자아낸다. 오는 31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