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월스트리트에 인질 테러극이 생방송을 통해 펼쳐진다는 위험한 상상이 영화 ‘머니 몬스터’에 그려진다.
세계 금융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경제 쇼프로그램 ‘머니 몬스터’는 철없는 진행자 리 게이츠(조지 클루니 분)와 PD 패티 펜(줄리아 로버츠 분)이 진행하는 오락쇼다. 수 억 달러가 왔다갔다 하지만 게이츠의 행동은 깃털보다 가볍다.
그러던 어느 날, 생방송 불이 켜진 순간 총성과 함께 괴한 카일(잭 오코넬 분)이 난입해 게이츠를 인질로 잡는다. 그의 요구는 단 하나, 하룻밤에 8억 달러를 날리고 자신의 재산을 잃게 만든 기업 IBIS의 주가 폭락 진실을 밝혀내 달라는 것. 테러범 손에 걸려있는 폭탄에 이목이 집중되고, IBIS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생중계로 진행되면서 긴장감은 증폭된다.
조디 포스터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큰 돈을 다루면서 시장을 보호할 만한 적절한 장치가 없는 금융시스템과 개인이 자본주의에 의해 어떻게 파멸하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서 자본주의 이면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텅텅 빈 실패한 인생을 살아온 게이츠가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고 헤쳐 나가면서 변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방송에서 오락적인 요소만 보여주기 바빴던 그는 방송인으로서의 의무와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좁은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인질 테러극이 펼쳐진다는 설정과 진행과정은 하정우 주연의 한국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떠올리게 한다. ‘더 테러 라이브’가 정부를 겨냥하고, ‘머니 몬스터’가 월스트리트를 저격한 것을 제외하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에 거대 자본이 존재하고, 그 자본은 마치 거대 기업의 소유인 것 같다. 하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개미’라 불리는 사람들의 때 묻은 돈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 사는 사람들은 끝까지 잘 먹고 잘 살고, 못 사는 사람들은 계속 못 산다. ‘머니 몬스터’의 테러범은 깨질 수 없는 이 법칙을 무너뜨리려고 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환호를 받는다.
이 영화는 테러 문제까지 엮었음에도 불구하고 ‘울프 오브 더 월스트리트’와 같은 다른 월스트리트 관련 영화에 비해 유쾌하다. 초반에 점잖은 외모와 달리 말도 안되는 힙합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쇼를 진행하는 게이츠를 비롯해 테러범 역시 안쓰러움을 자아내면서 관객을 웃게 한다. 특히 유튜브 방식을 활용하는 등 신세대에 맞는 기법으로 코믹한 요소를 첨가한 점이 인상적이다. 오는 31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