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기획│파일럿 예능 ②] SBS, 파일럿 이용한 대대적 변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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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SBS가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의 폐지 소식을 전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동상이몽’과 10년 째 방영되고 있는 장수프로그램 ‘스타킹’을 비롯해 ‘오 마이 베이비’,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까지 총 4개의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이후 SBS에서는 총 6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이 가운데 파일럿 방송에서 가장 좋은 호응과 시청률을 나타낸 ‘꽃놀이패’, ‘미운우리새끼’, ‘맨인블랙박스’가 정규 편성으로 확정됐다.

‘디스코-셀프디스코믹클럽’, ‘신의 직장’은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막을 내렸다.

특히 파일럿 프로그램 중에서도 현재 예능 대세에 맞는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먼저 시청자의, 시청자를 위한 ‘꽃놀이패’는 2박 3일의 여행 동안 네이버 V라이브 생방송 투표를 통해 연예인 6명의 여행버라이어티다.예능 대세로 떠오른 서장훈, 안정환, 유병재, 조세호, 김민석, 정국 등이 출연했다. 이미 앞서 여행을 포맷으로 한 예능은 많이 선보여졌고 호응 또한 좋았다. 특히 시청자가 직접 연예인들의 여행 운명을 정한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시청률 5.6%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현재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등 시청자는 출연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송에 흥미를 느낀다.

일반인 BJ가 나와 시청자와 채팅을 즐기며 방송하는 웹 모바일 방송과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시청자는 자신이 TV에서 보던 출연진의 여행지를 선정하고 그들을 조정하는 데 판타지를 느낄 수 있다.

‘꽃놀이패’는 이를 정확하게 공략했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성은 가져가돼 시청자들과 더욱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출연자들의 편의가 달라지는 만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한정된 출연진에 대한 단순함 또한 제기됐다. 이에 제작진은 정규 방송에서는 고정 출연진과 게스트가 있는 구조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기본적인 콘셉트는 유지하되 ‘소통’이라는 반응이 좋았던 만큼 인터넷 생방송 방식을 보완할 계획임을 밝혔다.
SBS가 선보인 파일럿 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반응을 보였던 건 ‘미운우리새끼’다. 시청률 7.3%로 정규편성이 확정됐다.

신동엽, 한혜진, 서장훈이 공동 MC로 진행을 맡았다. 출연자는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과 그들의 어머니다. 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육아일기를 다시 한 번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어머니가 화자가 돼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육아일기라는 장치를 통해 순간을 기록하고 아직도 철부지 같은 결혼 안 한 세 남자와 늘 자식 걱정인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방송에서 보였던 연예인의 이미지와 실제 가정 내에서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특히 아빠와 자식 간의 활약을 담은 육아 예능이 인기를 모았던 가운데 엄마와 자식의 이야기는 기존 예능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좋은 호응을 얻었다. 또 10대~20대 자식이 아닌 40대 이상의 자식과 그의 어머니가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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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김건모, 김제동, 허지웅은 예능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 인물로 자칫 프로그램이 늘어지고 밋밋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미운우리새끼’는 정규 편성 과정에서 출연진 1명을 투입 시킬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여성 출연진도 고려하고 있으며 고정 출연자와 한정된 소재에 대한 지적에 현재는 지루함 등이 느껴지지 않고, 소재의 한계성 역시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한계점이 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는 현재 수많은 포맷 방송을 접한 출연진의 높아진 시각이 판단해줄 문제다.

‘맨인블랙박스’는 김구라와 최기환의 진행으로 블랙박스 영상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철저하게 파헤쳐 시청자에게 유익한 정보와 함께 재미와 감동까지 전달하는 콘셉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일 파일럿 방송 후, 특히 2049 시청률에서 높은 호응도를 기록해 프로그램 경쟁력을 증명했다. 특히 요즘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대립하는 것이 대세인 만큼 블랙박스를 통해 현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당겼다.

특히 MC진의 눈치 보지 않고 뱉는 진행 또한 큰 반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블랙박스를 통해 감동 또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현 트렌드를 읽으면서도 신선한 포맷, 진행까지 완벽한 삼박자를 갖췄다. 하지만 결코 위 프로그램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프로그램의 승패를 예측하긴 어렵다. 세 프로 모두 일회성으로 눈길을 끌기에 좋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방송가 PD들이 단 1, 2회 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는 것이 파일럿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하는 만큼 SBS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도전을 시도한 프로그램은 부진한 성적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디스코-셀프디스코믹클럽’ 일단 화제성 면에서 성과를 냈지만 3.0%의 낮은 시청률을 보였다.‘디스코’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인간의 권리로 떠오르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예능으로 재해석한 독특하고 새로운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는 MC 탁재훈, 박명수, 김성주와 게스트 이유리, 지상렬, 최자, 장우혁, 양세형, 박나래, 트와이스 쯔위와 채영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인터넷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치면 자동으로 나오는 연관 검색어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이날 방송에서는 프로그램 콘셉트가 인터넷에 남아 있는 자신에 대한 글이나 사진 등을 지울 권리인 ‘잊힐 권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다보니 다소 자극적인 토크 주제가 오갈 수밖에 없었다.또 첫 회 진행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한 가지 색이 아닌 여러 가지 색깔이 담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복귀한 탁재훈부터 박명수, 김성주 세 사람의 조합이 기대를 모았지만 다소 어수선한 진행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첫 회 파일럿이기 때문에 완벽할 순 없었다.

특히 토크쇼의 경우 장기간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SBS에서 ‘강심장’, ‘야심만만’ 등이 S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 장수 프로그램으로 처음붙터 큰 인기를 끌진 않았다.

특히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MC 진이 출연할 경우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파일럿에서 승부를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점도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경우 1, 2회 만으로 극적인 것을 보여줄 수 있지만 토크쇼의 경우 토크 외에는 별 다른 신선한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때문에 시청률이 저조하고 파일럿 프로그램의 실패로 돌아간다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SBS 관계자는 “SBS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의 소재 중 ‘디스코’의 시도가 눈여겨 볼 만 하다. 토크라는 장르는 굉장히 클래식하다. 현재 SBS에 토크쇼가 없었기 때문에 ‘디스코’의 경우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그 외적인 부분 때문에 무리가 따랐던 것 같다. 현 방송 트렌드가 콘셉트형 이벤트 프로그램이 많다. ‘디스코’의 경우 한 콘셉트로 가는데 요즘처럼 모바일 콘텐츠를 베이스로 한 새로운 인터렉티브한 토크쇼의 시도가 좋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역시 토크쇼는 단번에는 보여줄 게 많이 없는 게 단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 경우 지속성을 가지고 해야 좋은 성과를 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