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기요금 개편 작업의 최대 변수는 전기민영화 반대와 요금 인하 관련 여론이다. 당·정 태스크포스(TF)가 18일 공식 출범하고 이제 첫 회의를 가졌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요금 인하에 대한 압박과 전기민영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작부터 장벽에 부닥친 형국이다. 당초 당·정 TF가 구성된 배경은 누진제 개선과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었다. 새누리당과 산업부도 요금 체계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한다는 입장이었다. 요금 인하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연말 개편안을 통해 주택용 전기요금이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분은 충분하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 하락과 관련해 전기 및 가스 요금 인하를 제안했고, 그 이후로도 유가는 계속 떨어졌다. 전력예비율도 여유를 찾았고, 한국전력공사는 역대 사상 최대 실적을 달리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전기요금 인상의 주된 이유가 한전 적자였지만 이젠 반대로 전기요금을 내려도 된다는 논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자의든 타의든 이미 답은 정해졌고, 당·정 TF는 이를 맞추기 위한 방법론을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년에 에너지 산업의 내외부 사정은 전기요금 인하를 쉽게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신기후체제에 따른 국가 온실가스 감축이 문제다. 여기에 최근엔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탈(脫) 석탄까지 선언했다. 도매시장 이슈인 발전소 설비지원금 인상은 발등의 불이다. 가스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이들 설비 유지를 위한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전기요금에 반영할 인상 요인이 많다고 하기도 힘들다. 전기요금이 올랐을 때도 이 같은 원가 인상 요인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매와 소매를 분리해 운영한 전력 시장 정책이 결국 정부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누진제 개편과 전기요금 인하 이후 늘어날 수 있는 전력사용량도 부담이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전력사용량 증가율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구조 문제인지 일시 현상인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전력 최대 사용량도 2012년 7429만㎾에서 2015년 7692만㎾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것이 올해 8월에는 8518만㎾로 급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특히 냉방기 사용 증가로 인한 전력 수요의 계절성 격차가 커지는 것이 문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소비패턴 보고서에 따르면 봄·가을엔 적게 쓰고 여름·겨울에 많이 쓰는 계절성 격차는 산업용보다 주택용과 일반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체 전력 사용량은 분명 산업용보다 주택용이 적다. 하지만 전력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전기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특정 시점에 사용량이 몰릴 때 발생한다. 2200만가구가 1㎾용량의 에어컨을 동시에 켠다고 가정하면 2200만㎾, 약 원전 22기 설비가 필요한 셈이다. 사용량이 적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당·정 TF가 요금 인하와 전기민영화 논란에 자유롭기 위해서는 개편안에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표면화되지 않은 문제를 모두 공론화, 여론이 전기요금은 물론 시장 구조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단위;만㎾ / 자료: 전력거래소>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