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사극 마니아들은 이번 주부터 TV 앞에 자주 앉아 있을 이유가 생겼다. 지난 22일 첫 방송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을 시작으로, 29일에는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첫 전파를 타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가 젊은 시청자 층을 겨냥한 판타지 사극이라면 다음달 3일 첫 방송하는 KBS1 ‘임진왜란 1592’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정통 사극으로, 평소 대하드라마를 즐겨 보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방송을 시작해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MBC ‘옥중화’는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각 방송사별로 사극대전은 시작됐다. 네 작품 모두 각양각색의 색깔과 개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은 흥미롭다.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구르미 그린 달빛’과 ‘달의 연인’이 정면 승부를 벌이는 월ㆍ화요일이다. 비슷한 판타지 사극 장르의 두 드라마는 모두 흥미로운 소재와 쟁쟁한 배우 라인업을 앞세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달의 연인’보다 한 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구르미 그린 달빛’은 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위장 내시 홍라온(김유정 분)의 궁중위장 로맨스로,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박보검은 사극에 출연한 경험이 없고, 김유정은 이제 막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시점에서 KBS는 두 사람을 과감하게 투톱으로 내세웠다. 경험은 부족할 수 있어도 대세 배우들이라는 점이 드라마에 플러스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 맞서는 ‘달의 연인’ 또한 트렌디한 궁중 로맨스로 맞불을 놓는다. 이 드라마는 고려 태조 이후 황권 경쟁 한복판에 서게 되는 황자들과 개기일식 날 고려 소녀 해수로 들어간 현대 여인 고하진(이지은 분)이 써내려가는 사랑과 우정을 다룰 예정이다.
특히 ‘달의 연인’에는 본명 이지은으로 출연하는 가수 아이유를 비롯해 배우 이준기, 김성균, 강한나,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지수, 그룹 엑소 백현 등 쟁쟁한 출연진이 가세했다.
두 드라마의 매치업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100% 사전 제작으로 이미 모든 촬영을 마친 ‘달의 연인’은 아직 촬영이 진행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보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통해 사전제작 드라마의 허점이 드러났듯 시청자들의 의견에 따른 피드백이 가능한 ‘구르미 그린 달빛’이 더욱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용의 눈물’부터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정도전’, ‘징비록’ 등 무게감 있는 정통 사극들을 만들었던 KBS1은 한중합작 5부작 드라마 ‘임진왜란 1592’를 새롭게 선보인다.
일명 ‘사극왕’이라 불리는 배우 최수종이 주인공 이순신 역을 맡았으며, 김응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연기한다. 이 밖에도 손종학, 이철민, 조재완, 백봉기 등 굵직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들이 ‘임진왜란 1592’에 모습을 비춘다.
특히 ‘임진왜란 1592’는 국내 최초로 팩추얼 드라마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KBS에 따르면 팩추얼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드라마와 결합된 장르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NGC)에서 제작한 중국 드라마 ‘초한지’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판타지ㆍ팩션 사극이 많아지는 가운데 ‘임진왜란 1592’는 철저하게 역사를 고증한 정통 사극이라는 점에서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달의 연인’, ‘임진왜란 1592’와는 달리 MBC ‘옥중화’는 지난 4월 방송을 시작해 이미 반환점을 지난 상황이다.
‘옥중화’는 과거 ‘허준’, ‘대장금’, ‘이산’, ‘동이’ 등 MBC에서 숱한 사극 명작들을 배출한 이병훈 PD의 작품으로, 천재 소녀 옥녀(진세연 분)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고수 분)의 어드벤처 사극이다.
이 PD 사극의 특징은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지만 역사를 참고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팩션(Faction) 사극이다.
‘허준’이나 ‘대장금’처럼 ‘옥중화’가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20%대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꾸준하게 기록하며, 이 PD의 작품이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는 감독이 절대적이다. 검증을 받은 감독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고,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혼란스러운 요즘 시대상과 기가 막히게 닮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며 “다만 ‘옥중화’의 뒷심이 어느 정도 작용할지는 모르겠다. 과거 드라마처럼 끝까지 주목을 받지는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