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초점] YG, 빅뱅 콘서트에서 사라진 국내 팬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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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빅뱅이 6만여 팬들과 제대로 놀았다. 군 입대 전 국내에서 사실상 마지막 콘서트일 가능성이 높아서 관심 역시 뜨거웠다. 그러나 공연에 대한 아쉬운 뒷말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 역시 희한할 정도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북적됐다. 시작 1시간 전인 6시 20분 정도에는 이미 스탠딩은 꽉 찼고, 밖에서도 공연장으로 들어오려고 길게 줄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폭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그 열기는 더 뜨거웠다.

이날 빅뱅은 무려 27곡을 쏟아냈다. 앞쪽 무대는 물론 공연 초반과 후반에는 무빙 스테이지를 활용해 뒤쪽 무대까지 가 팬들과 만났다. 완전체로 혹은 개인 무대로, 유닛 무대를 만들면서 자신들의 히트곡을 연이어 불렀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팀답게 공연은 탄탄했다. 다른 이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석해 분위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싸이도, 게스트로 등장했지만 자기 파트 강도를 낮춰 전체적인 흐름을 깨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날 공연과 달리, 공연 운영 자체는 ‘왜’라는 의아함이 남았다. 8월 중순 바람조차 통하지 않는 경기장에 6만여 명을 모아놓고 하는 공연이 과연 정상적일까.

공연 시작 전에 이미 무더위로 탈진하는 사태까지 속속 일어나고, 한 구역에 수천 명씩 몰아넣고 빅뱅 멤버들의 이동 때마다 쏠림 현상이 일어나 위태위태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날 프레스석에 앉은 기자들조차 땀이 줄줄 흘렀는데, 스탠딩 석에서 몸싸움까지 해가며 공연을 봐야 하는 팬들의 상황은 굳이 말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국내 팬들의 공연 후기를 보면 이 부분이 지적되는 것은 당연하다. YG와 빅뱅의 브랜드라면 충분히 국내 실내 공연장에서 진행할 수 있다. 폭죽 몇 발보다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질이 우선이다. 더구나 단 1회 공연이라는 점은 국내 팬들을 당황케 한 게 사실이다. 빅뱅의 일본 공연이 국내보다 2배 이상 되는 상황에서, 10주년 공연조차 일본과 차이가 난 것이다. 오죽하면 공연 말미에 승리가 국내 팬들에게 “VIP 재팬”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을까 싶었다.

결국 이날 공연은 빅뱅 국내 팬들을 위한 10주년 공연이라기보다는 YG가 “우리는 6만여 명을 한 번에 모아 공연을 했다”는 ‘보여주기식’ 느낌이 강했다. 빅뱅의 콘서트를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 보기 힘들기에 어쩔 수 없이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국내팬들의 비판이 YG를 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들에게 나눠준 보도자료에는 무대의 대형화와 수십 대의 카메라 동원되었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자랑보다는 국내 팬들이 어떻게 하면 공연을 잘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배려를 더 자랑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enteronnews.com